#1.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30일 정기 주주총회 이후 ‘주주와의 대화’에서 주주들에게 배터리 사업자회사 SK온의 주식을 나눠 주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추후 SK온 기업공개(IPO) 시 SK이노베이션 시가총액의 10% 규모로 SK온 주식을 교부해 기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이 손실을 입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일 회사 주가는 전날 대비 13.8% 오른 18만7200원에 마감했다.
#2. KT는 지난달 31일 주총을 통해 자사주를 다른 기업과의 지분 교환에 활용할 때 반드시 주총 승인을 받도록 정관을 수정했다. 자사주를 경영상의 이유로 상호 교환하는 행위가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네덜란드 연금투자회사 APG의 지적을 반영한 것이었다.
국내 기업들이 주주친화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외국인투자가들은 물론이고 국내 기관투자가나 소액주주들까지도 기업 경영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다. 이들의 의견을 외면하기 어려워진 기업들로서는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같은 방식으로 주주가치를 높이고 있다.
20일 본보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의뢰해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 100대 기업(금융, 공기업 제외)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평균 배당금은 2012년의 3.2배였다. 이들 기업의 평균 당기순이익이 10년 새 1.9배로 늘었는데, 배당금 증가 속도가 더 빠른 셈이다. 지난해 배당을 실시한 기업은 90%였다.
작년 적자를 낸 기업 중 전년 실적에 대한 배당을 실시한 기업도 6곳이 있었다. LG디스플레이는 3조1956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나 배당금 2928억 원을 지급했다. 502억 원의 순손실이 난 호텔신라는 배당에 76억 원을 썼다.
국내 배당 정책은 여전히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 낮은 편이지만 최근 5년 사이 차이가 줄어들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7년 한국 기업들의 배당성향은 14.9%로 미국 51.2%, 영국 83.4%, 독일 45.6%에 비해 30∼70%포인트 차이가 났다. 지난해 기준 한국은 20.1%로 오르는 동안 미국(40.5%), 영국(45.7%), 독일(40.8%)은 줄어들며 차이가 20%포인트 수준으로 축소됐다.
ESG 평가기관인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는 “과거보다 유튜브나 각종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며 ‘개미’라 불리는 소액투자자들의 정보 접근성이 높아졌다”며 “KCGI, 트러스톤 등 국내 행동주의 펀드도 많아지면서 주주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주들은 배당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도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IPO 정책이나, KT의 자사주 정책 변화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태광산업은 흥국생명에 대한 4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검토했다가 2대 주주인 트러스톤의 반대에 “주식을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당시 트러스톤은 흥국생명의 지분을 태광그룹 일가가 100%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이 주주 이익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한국ESG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주총 시즌에 주주 제안 안건 수는 72건으로 지난해 18건에서 4배로 늘었다. ESG연구소는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행사해 경영 관행, 지배구조를 개선하면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뿌리깊어진 결과”라며 “앞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개선하지 않는 기업들은 주주 대처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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