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품기업들이 국제 설탕 가격 상승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당을 설탕으로 정제해 파는 회사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할 경우 국내 식품 전반에 도미노 인상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빵과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가격이 급등할 수 있고 설탕을 많이 사용하는 외식 물가도 고공행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식품업계에서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올 연말에는 설탕으로 인한 물가 상승 여파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거래되는 7월물 설탕 가격은 지난 20일(현지시각) 파운드당 24.74센트로 전날 대비 3.73% 올랐다. 이는 2011년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설탕의 원료가 되는 원당을 생산하는 브라질에서 기상이후로 인해 생산량이 큰 폭의 감소를 보였고 2위 수출국인 인도에서도 원당 수출을 규제하며 공급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자 선물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원당을 들여와 설탕으로 가겅, 판매하는 업체들의 경우 당장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올 초 국제 설탕 가격이 파운드당 19.67센트로 최저점을 찍는 등 낮은 가격에 거래됐을 때 재고 물량을 확보해놨기 때문이다.
문제는 6개월 이상 설탕 가격이 급등세를 유지했을 경우다. 업체들은 설탕 가격 동향을 살피며 가격 하락 시기에 대규모로 사들여 안정적인 공급과 가격 정책을 펼치지만 장기화되면 인상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
대한제당을 비롯해, 삼양사, CJ제일제당 등 설탕 판매 회사들이 올 연말을 기점으로 B2B용 설탕 제품 가격을 올리면 식품업계에 슈거플레이션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빵과 아이스크림, 과자, 음료수 등 가공식품이 먼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설탕 대신 각종 감미료가 많이 사용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가공식품에는 설탕이 많이 사용되고 있어 제품 생산 비용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외식물가도 설탕 가격 상승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설탕은 한식을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음식에 들어가는 기초가 되는 식재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설탕 판매 가격 인상은 곧 외식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설탕을 비롯한 원재료 가격과 에너지, 물류비, 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과자, 아이스크림, 탄산음료, 커피믹스 등의 가격이 급등했다”며 “설탕을 공급하는 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올리면 식품업계 전반에 도미노 인상 현상이 또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금도 제품을 생산하는 비용이 크게 증가했지만 물가 안정에 동참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기업이 있다”며 “설탕은 가공식품 가격 상승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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