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빚투’ 10개월만에 20조 넘어서
코스닥 2차전지 등 일부종목 급등에 지난달 중순이후 급격히 불어나
과열 양상… 투자경고 종목 급증, 전문가 “반대매매 후폭풍 우려”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인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올해 처음 20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개인이 코스닥시장에서 순매수한 주식의 절반가량이 ‘빚투’(빚내서 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뜨겁게 달아오른 개인들의 신용거래가 향후 국내 증시를 위기로 몰고 갈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일 기준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인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0조2863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용융자 잔액은 올해 16조∼17조 원 수준이었지만 지난달 중순 이후 급격히 불어나 19일(20조1369억 원) 올해 처음으로 20조 원을 넘어섰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20조 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특히 코스닥시장에서 ‘빚투’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7조7609억 원이던 코스닥시장 신용융자 잔액은 꾸준히 증가해 20일 기준 10조4618억 원까지 올랐다.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코스닥시장 신용융자 잔액 증가분은 2조7008억 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들이 코스닥시장에서 5조8812억 원을 순매수했는데 45.9%가 ‘빚투’였던 셈이다.
개인 신용거래가 증가하면서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한도는 바닥을 보이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된다. 개인들의 ‘빚투’ 급증으로 한도가 차오르자 한국투자증권은 21일부터 신용융자 신규 매수 주문과 주식,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채권 등에 대한 예탁증권담보 신규 대출을 잠정 중단했다. 키움증권도 신용융자 대용 비율(신용대출 시 담보에서 주식 인정 비중)을 기존 40∼55%에서 30∼45%로 낮추고 현금 비중을 10%포인트 올린 바 있다.
‘빚투’를 타고 코스닥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21일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91% 하락한 868.82로, 지난해 말(679.29) 대비 27.9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각각 457.28%, 195.87% 올랐다. 코스닥이 너무 뜨거워졌음은 한국거래소 시장경보 조치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시장에서 ‘투자경고’ 종목 지정은 53건(48종목) 발생했다. 이 중 4월 21일까지 지정된 건수가 24건으로, 1월 5건, 2월 9건, 3월 15건에 비해 급증했다. 투자경고 종목은 특정 종목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경우 투자자에게 주의를 환기시키고 불공정 거래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지정된다. 시장경보 제도 중 가장 높은 등급인 ‘투자위험’ 종목 지정도 올해 4건 중 3건이 이달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신용거래가 조정 국면에서는 증시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악의 경우 증권사가 투자자가 돈을 빌려 산 주식을 시장가로 팔아버리고 대출금을 회수하는 ‘반대매매’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코스닥시장 개인 순매수 1위(1조4425억 원) 에코프로와 2위(8782억 원) 에코프로비엠의 신용융자 잔액은 21일 기준 각각 1905억 원, 4014억 원에 달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수 낙폭이 커지면 반대매매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레버리지 효과로 지수가 올라왔다면 그에 대한 후폭풍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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