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상승한 202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갭투자’(전세보증금을 끼고 집을 매입하는 방법)가 일어난 지역은 서울 강서구였다. 전세사기 피해가 집중된 지역에서 갭투자도 많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주택자금 조달계획서(2020년∼2022년 8월)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해당 기간 전국에서 체결된 갭투자 거래는 모두 12만1553건으로 집계됐다.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80%를 넘는 거래를 갭투자로 분류한 결과다. 전세보증금을 끼고 소액, 혹은 자기 자본 없이 집을 매입하는 갭투자는 전세사기가 급증한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시군구별로 살펴보면 서울 강서구에서 발생한 갭투자가 5910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이어 충북 청주시 5390건, 경기 부천시 4644건, 경기 고양시 3959건, 경기 평택시 3857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읍면동 단위로 나눠 보면 강서구 화곡동에서만 4373건의 갭투자 거래가 체결돼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이곳은 수도권 일대 주택 1139채를 소유하고 약 170억 원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40대 ‘빌라왕’ 김모 씨 사건이 발생한 지역이다. 주택 2700채를 보유한 이른바 ‘건축왕’이 주로 활동한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은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1646건의 갭투자 거래가 이뤄졌다.
갭투자 거래는 주로 빌라(다세대·연립) 등 상대적으로 저가인 주택에서 이뤄졌다. 갭투자 거래의 평균 매수 가격은 2억5267만 원이었다. 전체 거래의 71%에 해당하는 8만7000여 건이 3억 원 미만 주택에서 이뤄졌다. 이 중 서울에서 체결된 거래는 2만8450건(23.4%)이며 경기·인천에서는 2만8439건(23.4%) 거래돼 갭투자의 절반 정도가 수도권 빌라에 집중돼 있었다.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는 연일 급증하고 있다. 이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보증사고 건수는 총 3474건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였다. 1년 전인 지난해 1분기 640건의 5배 이상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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