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이번에는 다르다”는 믿음에서 벗어나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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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은 대신증권 책임연구원
이다은 대신증권 책임연구원
지난해부터 시장에서는 경기침체라는 단어가 너무 흔해졌다. 과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는 금융 불안과 글로벌 경기침체가 잇달았다. 연준의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은 1980년 이래 가장 가파른 인상 속도였을 뿐만 아니라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동시에 기준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에 글로벌 경기침체는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 여러 국제기구가 너도나도 고금리발 경기 악화 신호를 경고하며 나섰고 마침 지난해 5월을 기점으로 미국 경기의 선행성을 갖는 주택과 제조업 경기도 둔화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30년과 유사하게 “경기침체 발생, 인플레이션 문제는 해소되고 연준은 다시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전환했습니다”라는 식의 전개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자 시장에서는 “이번에는 다르다”는 위험한 믿음과 함께 경기가 상당 기간 호황을 유지(no landing)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필자는 유동성 확대, 이연 수요, 근로소득 증가 등으로 경기 수축기가 길어지고 있는 것일 뿐 경기 사이클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경기 사이클은 계절과 같다. 겨울을 지나야 봄이 오듯이 가을에서 봄으로 바로 넘어갈 수는 없다. 경기침체는 불가피할 것이다.

그럼 언제쯤 경기침체가 발생할까? 타이밍은 불확실하지만 클리블랜드 연은에서 참고할 만한 좋은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모델은 장단기 금리 역전을 사용하여 월별로 미국 경기침체 확률을 추산하는데 3월 말 기준 업데이트된 수치에 따르면 경기침체 확률은 3월 2.5%에서 7월 26.7%로 급등한 후 12월 말에는 64.4%까지 확률이 올라간다. 따라서 올해 하반기 중 미국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글로벌 경기는 결국 미국 경기에 좌지우지된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기도 마찬가지다.

1년 넘게 경기침체라는 유령이 금융 시장을 계속 배회하면서 사람들은 시장이 이미 경기침체를 상당 부분 선반영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과연 그럴까? 지난해 말부터 시장은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우세하기보다는 오히려 비관론과 낙관론이 팽배하게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물가가 둔화하는 가운데, 고용시장은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및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는 지속되어 왔다. 시장의 낙관주의뿐만 아니라 경기 변곡점에서 나타나는 불확실성과 경제지표의 혼조세로 인해 다양한 내러티브가 시장에 반영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경기침체에 진입하는 상황에서는 낙관론이 무너지면서 시장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4월의 실물 경기 지표들을 보면 여전히 ‘신호’와 ‘소음’이 구별이 안 되고 혼재된 모습이다. 그러나 ISM 제조업 지수, 장단기금리차 역전 정상화 등 주요 신호들은 글로벌 경기가 침체로 향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다양한 소음들로 인해 경기 악화에 둔감해지기 쉬운 환경이다. 음악이 계속되는 한 춤을 출 수밖에 없지만 이제 음악이 끝나가고 있다는 것에 점차 민감해져야 하는 시점이다.
#애널리스트의 마켓뷰#경기침체#낙관론#비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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