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韓, 국제유가 충격 영향 美보다 2배 오래 지속”

  • 뉴시스
  • 입력 2023년 4월 25일 1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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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수입물가 상승으로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의 영향이 미국보다 최대 2배 오래 지속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국제유가로 인한 충격의 영향은 최근까지도 근원인플레이션 오름세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은행의 ‘BOK 이슈노트’에 실린 우리나라와 미국의 근원인플레이션 압력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에서 정점을 지나 지난달 4.2%를 기록해 8개월간 2.1%포인트 낮아졌으나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4.3%에서 고점을 기록한 뒤 지난달 4%에 달해 4달 동안 0.3%포인트 둔화하는데 그쳤다.

미국 역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1%를 기록해 고점을 기록한 후 9개월간 4.1%포인트 낮아진 반면, 근원인플레이션은 지난해 7월 6.3%에서 정점을 달성한 후 지난달 4.2%를 기록해 6개월간 1%포인트 둔화에 그쳤다.

이에 한국과 미국 내 근원물가 오름세가 쉽게 꺾이지 않으면서 변동성이 낮은 상태를 보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두 나라는 모두 팬데믹 직전에 비해 노동시장 내 임금 상승 압력이 높아져 연관성이 큰 근원서비스물가(집세 제외)의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과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달 기준으로 각각 2.7%, 3.5%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실업자 대비 빈 일자리 비율 역시 펜데믹 이전 수준을 웃돌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근원서비스물가 오름세 지속의 배경으로 임금상승 압력이 높은 노동시장 상황을 지목해 지난달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기도 했다.

다만 한국의 노동시장 상황이 미국에 비해서는 상승 압력이 덜하다는 평가다. 한은 관계자는 “한국은 미국에 비해 노동공급 회복 속도가 빠르며 미국의 경기둔화가 예상보다 완만하게 진행돼 빈 일자리수가 상대적으로 더디게 줄어들고 있는 데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근원물가 오름세는 노동시장 외에도 그간 누적된 비용인상압력이 전가되는 정도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수입물가 상승으로 누적된 비용인상압력이 미국보다 더 심화됐다. 환율의 영향까지 반영된 기준으로 한국의 수입물가 누적 상승률은 41.7%로 압력 수준이 미국에 비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용인상압력이 상승한 주 원인으로는 에너지원자재가격 상승이 꼽힌다. 한국은 지난해 수입물가 상승분(월평균 26.5%) 중 19%포인트가 에너지원자재가격 상승에 기인한 반면 미국은 7.8%포인트에 머물렀다.

또 소비자물가지수(CPI) 내 에너지가격은 한국이 미국보다 상승 폭은 작지만 둔화세 또헌 뚜렷하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미국의 CPI 에너지가격 누적상승률은 지난해 상반기 이후 큰 폭 둔화세를 보여 29.5%에 머무르고 있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40.8%를 기록해 미국의 1.5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에너지원자재가격 상승으로 누적된 원가상승부담이 뒤늦게 전기·도시가스요금에 반영되고 있어서다.

국제유가의 근원인플레이션 파급영향도 미국에 비해 지속성이 높았다. 유가충격의 영향은 미국은 1년 정도 지속되는 데 그쳤지만 한국은 2년 가까이 지속됐다. 비용상승의 부담이 소비자가격에 빠르특히 지난해 국제유가 상승으로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이 최근까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송상윤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동향팀 과장은 “최근 소비 부진이 완화되고 있는 가운데 유가 등 비용상승압력이 다시 커질 경우 근원인플레이션에 대한 이차 파급영향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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