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1∼3월) 한국 경제가 전 분기 대비 0.3% 성장하며 역성장의 고리를 끊고 반등에 성공했다. 마스크 착용 전면 해제로 민간소비가 살아나면서 간신히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은 면했지만 부진한 수출 탓에 올해 성장률 전망은 밝지 않다. 한국은행이 2월 전망한 연간 성장률 전망치(1.6%)도 하향 수정될 조짐이다.
25일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3% 증가했다.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0.4%) 수출이 급감한 여파로 2020년 2분기(―3.0%) 이후 10개 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가 올 1분기 반등했다.
성장률을 지탱한 건 민간소비였다. 민간소비는 오락문화, 음식·숙박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0.5% 늘며 지난해 4분기(―0.6%)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실내 마스크 해제 이후 여행과 공연, 관람 등 대면 활동이 늘어나 민간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민간소비는 1분기 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수출과 수입은 각각 3.8%, 3.5% 늘었다. 지난해 4분기 4.6% 급감했던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했지만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면서 순수출(수출―수입)이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내렸다.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분기∼1999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장비 등 기계류를 중심으로 4.0%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4개 분기 만에 줄었는데 2019년 1분기(―8.3%)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한국 경제가 역성장에서 탈출했지만 회복세를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올해 성장률은 2월 전망치(1.6%)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음 달 전망치 하향 조정을 예고한 바 있다. 이마저도 경기가 상반기에 저조하다 하반기에 살아날 것이란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전제로 한 분석이다.
일각에선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경기 부진이 지속될 경우 자칫 ‘상저하저(上低下低)’의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GDP 성장세는 연간 1%대 성장률 달성조차도 힘들어 보이는 흐름을 다시 확인시켜줬다”며 “수출과 내수가 동반 개선돼야 2분기 0.8%, 연간 1.4%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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