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 인정받는 명품 톱 생산… 모범적 경영 승계로 ‘父子 시너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27일 03시 00분


[강소기업이 미래다] 태흥이기공업사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태흥이기공업사 본사 전경.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태흥이기공업사 본사 전경.
목수들은 자를 때의 느낌만으로도 좋은 톱을 분별할 수 있다고 한다. 쇠의 단단함과 더불어 매끄러운 견고함도 함께 갖춰야 최고의 톱으로 인정받는다. 태흥이기공업사가 만든 ‘백마톱’은 한국의 참나무보다 단단한 지중해 올리브나무도 깔끔하게 베어내는 명품 날로 명성이 자자하다. 톱을 주로 사용하는 전문가 10명 중 7∼8명이 사용할 정도로 품질에 대해서는 최고로 손꼽히며 세계에서 태흥이기공업사의 기술력을 탐낼 정도다.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태흥이기공업사는 1959년 창업 이래 64년 동안 원예용 명품 공구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파온 명문 기업이자 장수 향토 기업이다. 톱 하나로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 기업으로 사랑받고 있다. 일찍이 이 회사는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에서도 진가를 인정받으며 글로벌 명품 원예 공구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50개국 수출… 이탈리아 시장점유율 1위
태흥이기공업사는 80년대 전동 공구가 들어오면서 원예용 톱 생산으로 품목을 전문화한 이후 국내 수요는 물론 세계 50여 개국 수출로 명성을 얻고 있다. 일본, 미국은 물론 이탈리아, 영국, 독일, 프랑스, 터키, 사이프러스 등 유럽 전체를 석권하고 동유럽 일부와 동남아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또 이란, 아랍에미리트를 발판으로 한 중동 시장과 아프리카, 러시아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백마톱’ ‘화이트홀스(White Horse)’ 등 이 회사 브랜드는 태흥이기공업사의 기술력이 압축돼 있는 최고의 명품 공구로 꼽힌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까다로운 톱 시장인 이탈리아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데 이는 규모뿐만 아니라 성능에서도 최고라는 뜻이다.

이 회사가 이토록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었던 까닭은 태흥이기공업의 창업자인 우병현 회장 대부터 보유한 기술력 덕분이다. 현재 우 회장은 1998년 아들에게 대표 자리를 넘기고 제조라인을 중심으로 기술 관리에만 집중하고 있다. 경영 총괄을 맡고 있는 우영환 대표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세계 무대에서 활약 중이다. 부자의 시너지를 통해 회사는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를 통해 대내외적으로 성공적인 가업 승계의 모범이 된 케이스로 평가하고 있다.

‘백마톱’ 브랜드 통일… 일본 역수출로 품질 앞서
태흥이기공업사 백마톱 제품.
태흥이기공업사 백마톱 제품.
태흥이기공업사는 60∼70년대 개발 붐과 함께 ‘화홍’ ‘맹호’ 등 양날 목수 톱으로 유명했다. 당시 원예 브랜드로 ‘백마’를 출시했지만 예상보다 시장의 반응은 크지 않았다. 그런데 80년대 전동 공구가 들어오면서 목수 톱 같은 수공구가 건설 현장에서 보조 역할로 바뀌는 모습을 보고 우 회장은 재빨리 원예용 톱으로 주 종목을 바꾸고 품목을 단일화해 해외 진출을 모색했다.

우 회장은 “당시만 해도 일본산 제품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라 부족한 기술은 일본과 제휴를 통해 보완하며 품질을 향상시켜 나갔다”며 “그러면서 일본의 기술과 유럽의 선진 기술도 제품에 접목하며 수입 제품의 품질을 앞서 나가게 됐다”고 회고했다. 수입에만 의존하던 톱과 대패, 끌 등이 태흥이기공업사의 제품으로 대체되는 한편 기술을 전수받던 일본에는 제품의 역수출까지 성공하게 됐다.

우 회장은 일본 역수출 이후 미국, 유럽 등 해외 수출에 탄력을 받으며 브랜드는 ‘백마톱’으로 전부 통일해 브랜드 단일화 전략을 실현했다. 우 회장의 뛰어난 안목 덕분에 1997년 외환위기 때 기회를 얻기도 했다. 내수는 타격을 피할 수 없었지만 수출 덕을 보며 이듬해 무사히 가업 승계를 이룰 수 있었다.

1998년 가업을 이어받은 우 대표는 지금도 큰 책임감을 느낀다. 아버지가 워낙 단단하게 회사의 기반을 닦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할은 따로 있다. 해외 현장을 발로 뛰는 것. 우 대표는 거의 매달 해외 장기 출장을 나간다.

우 대표는 독일 쾰른 하드웨어 전시회는 물론이고 중국 광저우 전시회 등 각종 해외 전시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해외 전시회에 참여하는 것은 새로운 바이어를 만나기 위한 것보다 기존 바이어들과의 만남과 바이어들에게 새로운 제품을 홍보하기 위함이다. 그는 한번 거래를 시작한 바이어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영환 대표 인터뷰 “시장 맞춤형 기술 개발로 브랜드 강화 나서”


신제품 개발에 아낌없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태흥이기공업사의 우영환 대표는 중국, 대만 등 쫓아오는 업체들을 대비해 시장을 읽고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우 대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와 바이어 요구에 발맞춰 기술 수준을 높여나가고 있다.

우 대표는 “품질이 좋으면 소비자가 알아보고 영업자나 바이어가 스스로 찾아오게 된다”면서 ‘품질 제일’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지금까지의 성장도 누적된 기술력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태흥이기공업사 전체 매출은 국내보다 해외 비중이 더 높게 형성되고 있으며 세계적인 경제 불황이지만 올해 10% 정도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이어 경제 성장이 될 수 있는 나라 등 해외시장을 10∼20여 개국으로 확장해 총 70여 개국에 수출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또 공장 자동화 시스템 구축을 통해 품질과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 등 근무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 아울러 우 대표는 “국내 제조를 원칙으로 한 우물을 파온 것에 큰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100년 이상 가는 장수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했다.

우 대표의 부친인 우병현 회장은 지금도 신뢰, 신용 품질 우선, 영속성을 위한 재투자 등을 강조하고 있으며 우 대표 역시 직원들에게 불량률을 낮추는 한편 품질 개선에 힘쓸 것을 당부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우 대표는 “원예 분야의 톱, 가위 등으로 브랜드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예 시장은 톱과 가위가 세트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동시에 석권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인식이다. 그는 “가위 또한 날 기술이 생명”이라며 “몇 해 전부터 원예용 가위 개발과 시장 석권에 도전하고 있다”라고 덧붙혔다.

한편 우 대표는 1996년 3월에 설립한 재단법인 이산장학회 이사장으로 후학 양성에 앞장서고 있다. 또 부산 소프트테니스협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동호인 등 저변을 넓히고 엘리트 팀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등 다양한 사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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