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만기 은행채 1년새 30% 늘어
차환 이어져 시장 자금 빨아들일 듯
건설 회사채는 미매각 속출 ‘고전’
“회사채 양극화 연내 계속될 전망”
한국전력 회사채와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만기가 도래한 은행채 규모도 급증하고 있어 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한전채, 은행채 등 우량채가 회사채 시장에 쏟아지면 상대적으로 위험한 일반 회사채는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은행채 만기 물량은 18조92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은행채 만기 규모는 5월 23조1305억 원, 6월 20조5700억 원으로 더 불어날 예정이다. 2분기(4∼6월) 만기 물량은 총 62조6205억 원으로 1분기(1∼3월·48조3600억 원) 대비 29.4%나 많다. 지난해 2분기(48조2200억 원)보다 29.9% 늘어난 규모다.
은행채 만기 규모가 급증하면서 채권 시장의 ‘구축(驅逐)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은행채뿐만 아니라 한국전력 2분기 회사채 만기 물량도 1조9000억 원으로 1분기(9300억 원)의 2배에 이르는 상황이다. 2분기 MBS 만기 도래 규모도 4조3211억 원에 달한다. MBS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주택저당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발행된다. 발행사가 주금공인 만큼 한전채와 마찬가지로 공사채에 해당돼 일반 회사채보다 선호도가 높다.
은행채, 한전채, MBS 모두 신용등급 AAA급으로 만기 도래 시 차환되며 시장의 자금을 빨아들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올해 3월부터 은행채의 월간 발행 한도를 같은 달 만기 물량의 125%까지 확대했기 때문에 은행채 발행 물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아울러 은행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규제 정상화 유예 조치가 예정대로 6월 말 종료될 경우 은행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채권 발행을 더 늘릴 수 있다. 여기에 특례보금자리론에 수요가 몰리면서 MBS 발행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회사채 시장의 ‘옥석 가리기’가 심화되어 가는데 우량채까지 쏟아지자 A등급 이하의 비우량 회사채는 울상을 짓고 있다. 최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탓에 우려가 커지고 있는 건설업을 중심으로 회사채 수요 예측에서 모집 물량을 채우지 못하는 미매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KCC건설은 2년물로 900억 원 모집에 130억 원의 매수 주문만 받았고, 시멘트 제조회사인 쌍용C&E도 총 1000억 원 모집에 570억 원의 매수 주문만 받으면서 430억 원이 미매각됐다. 소재와 건장재 판매를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는 동화기업도 총 500억 원 모집에 42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아 80억 원을 채우지 못했다.
반면 여전히 AA급 이상의 회사채들은 조 단위의 매수 주문을 받아냈다. 포스코퓨처엠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회사채 수요 예측에서 총 1500억 원 모집에 1조600억 원을, 현대백화점은 총 2000억 원 모집에 1조7500억 원을 받아내 모두 1조 원을 넘겼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며 “시장 내 등급별 양극화 흐름이 연내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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