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있던 주택이 경매나 공매될 때 참여한 세입자(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자금 지원 및 세금 할인 혜택을 주기로 했다. 또 집주인(임대인)의 체납액도 개별주택 단위로 쪼개서 환수해 부담을 최소화해주기로 했다.
살던 집에 계속 거주를 원하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사업자가 우선매수권을 위임받아 해당주택을 경·공매를 통해 매입한 뒤 공공임대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세사기 피해자 가운데 긴급복지 지원대상으로 확인되면 생계비 의료비 주거비 등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다만 이런 특별법 지원대상은 ① 확정일자를 받고 ② 해당주택이 경·공매에 처해 있으며 ③ 서민주택이어야 한다. 또 ④ 전세사기 피해자이고 ⑤ 그 숫자가 다수이며 ⑥ 보증금의 상당액을 떼일 우려가 있는 세입자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최근 전세금 급락으로 이전 전세금보다 새로 계약하는 전세금이 낮아진 경우(‘역전세’)나 전세금이 집값보다 비싸진 경우(‘깡통주택’)에 해당해 보증금을 돌려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입자들은 특별법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또 동일주택에서 거주하면서 동일한 전세사기 피해자인데도 6가지 조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27일(오늘) 이런 내용의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방안’(이하 ‘4·27 전세대책’)을 발표했다.
● 2년 한시 특별법…경·공매 참여시 자금 및 세제 지원
4·27 전세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2년 간 적용될 특별법을 만들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구제하기로 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4차례에 걸친 전세 관련 대책을 통해 앞으로 발생할 전세사기 예방책은 마련됐지만, 2021년과 2022년 초에 체결된 전세계약 중 피해가 우려되는 세입자가 적잖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대책의 주요 내용은 대부분 그동안 정부가 언급했던 것들이다. ①경·공매에 응찰하는 세입자 지원과 ② 해당주택에 계속 거주하고자 하는 세입자 지원 ③ 생계가 곤란한 피해자에 대한 지원 등이다.
우선 경·공매 응찰 세입자와 관련 ▲세입자의 희망에 따라 경·공매 진행 유예 또는 정지 ▲우선매수권 부여 ▲집주인 세금 체납액 분할 부과 등과 같은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경·공매 진행 유예나 정지는 현재 경매신청자만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세입자도 요구권이 생긴다. 또 우선매수권이 생기면 경·공매 과정에서 세입자가 최고가낙찰가와 동일한 가격을 제시하면 우선적으로 낙찰을 받게 된다.
집주인 체납액 분할이 적용되면 전체 세금을 개별주택 단위로 쪼개서 부과돼 세입자가 돌려받을 수 있는 배당금이 늘어날 수 있다. 집주인의 체납액이 100억 원이고, 대상주택이 1000채이면서 낙찰가가 1억 원인 경우라면 현재는 모든 주택에 선순위 조세채권 100억 원이 적용돼 우선 경매되는 100채까지는 세입자가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대신 101번째부터는 체납액으로 떼이는 일이 없다. 결국 피해 세입자간에도 이해가 엇갈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앞으로는 모든 주택에서 체납액을 뗀다. 즉 1000채에 1000만 원씩을 뗀다는 것이다. 이 경우 우선 경매 주택 100채까지도 배당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경·공매 참여 피해자에겐 낙찰금액을 연리 3% 이하에 3년 거치 50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최대 5억 원까지 정책자금으로 대출해준다. 민간금융사를 이용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완화해준다.
이와 함께 해당주택을 낙찰받았을 때 취득세는 200만 원, 등록세는 전액 면제해주고, 3년 간 재산세도 감면해준다.
● 2년 한시 특별법…우선매수권 부여하고 생계비도 지원
두 번째 대책은 기존주택에 계속 거주하고 싶어 하는 세입자를 위해 LH가 우선매수권을 위임받아 해당주택을 경·공매로 매입한 뒤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매입임대주택 사업예산(6조 1000억 원·3만5000채)을 사용하되, 필요하면 예산과 공급물량을 늘릴 방침이다.
이 때 전세사기 피해자는 매입임대주택 입주자격(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70% 이하 등)에 상관없이 입주가 가능하다. 또 시세 대비 30~50% 수준으로, 최대 20년까지 살 수 있다.
세 번째 대책은 전세사기 피해자의 생계 지원이다. 1인 가구 기준 월 소득 156만 원 이하이면서 재산이 3억 1000만 원 이하고, 금융재산이 600만 원 이하인 경우라면 ▲생계비(월 62만 원) 의료비(연 300만 원 이내) 주거비(월 40만 원 이하) 등을 지급해준다. 또 개인신용평점 하위 20%, 기초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근로장려금 대상자 등에 해당하는 전세사기 피해자라면 연리 3%, 1200만 원까지 신용대출(‘ 미소금융 취약계층 자립자금 대출’)을 해준다.
이같은 지원대책은 이미 특별법 시행일 기준 2년 이내에 경·공매가 진행됐던 전세사기 피해자에게도 동일하게 주어진다.
● 특별법 대상은 6가지 조건 갖춰야
정부는 다만 특별법의 적용대상을 6가지 조건을 갖춘 전세피해자로 제한했다. 최근 집값과 전세금의 동반 하락으로 발생한 ‘역전세’나 ‘깡통주택’까지 포함하면 지원 대상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원대상 전세사기 피해자는 ①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세입자이면서 ② 해당주택이 경·공매에 처해 있고 ③ 면적이나 보증금 규모가 서민주택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또 ④ 전세사기 피해가 입증되고 ⑤ 피해자가 다수여야 하며 ⑥ 보증금의 상당액을 떼일 우려가 있는 세입자이어야 한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인천 미추홀구 등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경우 대부분 이런 조건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특히 ②~⑤번까지는 모두 동일한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①번과 ⑥번은 세입자들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 전세사기범 처벌 강화…수사 규모도 확대
한편, 정부는 전세사기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수사도 대폭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우선 ‘특정경제범죄법’(이하 ‘특경법’)에 사기죄 등 이득액 합산규정을 신설해 전세사기 등 대규모 재산범죄에 대해서는 가중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음달 중 법무부가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현재 특경법은 피해자별 피해금액이 5억 원 이상인 경우에 적용된다. 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범죄가 단일하고, 범행방법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경우라면 피해금액을 합산한 뒤 이를 기준금액으로 보고 가중처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미이다.
여기에다 검찰에 송치된 전세사기 혐의자는 공인중개사법이나 부동산거래법 등 관련 법에 따른 행정처분도 같이 받도록 할 예정이다.
국토부가 맡고 있는 전세사기 기획조사는 하반기에 규모가 커진다. 1월부터 다음달까지 진행 중인 1차 기획조사는 9000건 가량의 의심사례를 선별해 2091건에 대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올 하반기에는 조사대상을 4만 건으로 확대하고, 전세사기가 의심되는 경우라면 선제적으로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