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전 금융권이 부동산 시장 불안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 PF사업장 3600곳에 대한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채권 재조정을 추진한다. 금융사들의 의결 절차를 거치면 협약 이행을 노력하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신규자금 지원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사업자들이 금융사들의 의결을 끌어내지 못하더라도 외부기관에 평가를 받아 재의결을 요구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다만 이마저도 안 될 경우 경매·공매 등을 통해 금융사는 채권 회수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 현재 PF 사업장의 채권을 보유한 금융사는 3800곳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PF 대주단 협약식’을 개최했다. 이날 협약식은 ‘PF 대주단 협약’ 개정에 맞춰 전 금융권의 부실·부실 우려 PF 사업장의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독려하고 각 금융협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기 위해 마련됐다. 협약식에는 금융당국 수장들 외에도 전 금융협회, 정책금융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PF대주단 협약에 대한) 성공적인 제도 운영을 위해서는 부동산시장 연착륙에 대한 모든 참여자의 공감대 형성과 상생 의지가 중요하다”며 “채권금융기관의 합리적인 자금지원 부담 분담과 시행사·시공사의 자구노력이 조화롭게 이루어질 때 관련 업계가 함께 미래의 기회에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대주단 협약이 시장에 착근되기 위해서는 사업장 정상화 모범 사례가 도출돼 널리 확산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개별 금융사의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사업장 정상화를 통해 상호 윈윈(Win-Win)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날 금융당국과 전 금융권은 대주단 협약에 따라 PF 사업장에 대한 정상화 방안을 대거 마련했다. 부실·부실우려 사업장 중 복수업권이 참여하고 있는 사업장에 대해 이번 협약이 적용될 예정이다.
사업정상화를 위한 공동관리 절차는 채권금융기관이 부실·부실우려 사업장에 대해 공동관리절차를 신청하면 자율협의회가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업정상화 대상 사업장은 3개 이상의 채권금융기관이 들어와있거나, 총 채권액이 100억원 이상인 곳으로 한정했다. 공동관리 의결요건은 4분의3 이상 채권을 보유한 채권금융기관의 찬성으로 결정된다.
이어 공동관리 절차가 개시되면 자율협의회는 사업성 평가를 거쳐 사업정상화 계획을 수립·의결한다. 이를 통해 만기연장·상환유예·원금감면·출자전환 등 채권 재조정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신규자금 지원 여부는 원칙적으로 4분의3 이상 채권을 보유한 금융사의 찬성이 요구되지만, 만기연장의 경우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면 추진 가능하다. 다만 이는 자구 노력 이행을 위해 시행사·시공사의 분양가 인하 등 손실 부담이 전제된다. 만약 특별약정 체결이 부결된다면 시행사·시공사는 외부기관 평가를 받아 재의결을 요구할 수 있다.
변제호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금융사들이 경매·공매를 통해 채권 회수를 할 수 있으나 그럴 경우 많은 유찰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가격이 낮아지거나 디폴트 발생으로 금융사의 고정 이하 여신이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관리에 따라 정상화 계획이 체결되면 여신을 정상이나 요주의로 분류할 수가 있어, 금융사의 자산 건전성 측면에서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협약 부결이 된 사업장은 외부기관 통해 사업성 재평가를 할 수 있지만, 이 마저도 안되면 경·공매 등을 통해 채권을 회수하는 등 기존의 처리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PF 자율협의회는 사후 관리를 위해 시행사·시공사와 사업정상화 계획을 이행하기 위한 특별약정을 체결하고, 이행실적을 정기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또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이날 협약 이행 관련한 인센티브 방안도 마련했다.
사업장 정상화를 위해 채권재조정 여신을 일정 기간 정상 상환하면 자산건전성 분류를 상향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채권재조정 또는 신규자금을 지원할 경우에도 업권별 한도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채권재조정 또는 신규자금 지원에 대해 고의?중과실 등이 아닌 경우 관련 금융사 임직원에 대해 검사?제재를 면책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해 비조치의견서를 각 업권에 발급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PF대주단 협약을 추진한 이유는 개별 금융사들이 단기적 이익만 갖고 채권을 회수할 경우 오히려 누구한테도 이익이 안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이 없으면 선순위 채권자(금융사)라 하더라도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무조정에 대한 PF사업자와 금융사 간 이견이 있으면 전문가 의견을 들어서 다시 한번 재검토 할 기회를 주려고 한다”며 “대화를 통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등 상생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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