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등 인력난에 생산 차질… 중고-리스 항공기 수요 폭증
“항공사들 웃돈 줘도 못 사와”… 노선확대 차질-운임 상승 이어져
국내 항공사들이 엔데믹 이후 늘어나는 여행 수요에 맞춰 비행기 보유 대수 확대를 서둘렀지만, 도입 시기가 늦어지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보잉과 에어버스 등 항공기 제작사가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데, 중고 및 리스 항공기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폭증하고 있어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에 반납했던 보잉 ‘B737-800’ 항공기 2대를 다시 들여왔다. 차세대 항공기로 낙점한 ‘B737-8(맥스8)’을 제때 도입하지 못하자 급한 대로 대체 비행기를 구한 것이다. 역시 B737-8을 도입하려던 대한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도 기존 항공기를 최대한 활용해 여행객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
B737-8 도입 차질은 우선 항공기 제조 인력 부족으로 빚어졌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된 후 제작사인 보잉과 에어버스뿐 아니라 부품 생산 및 공급사들의 인력도 회사를 많이 떠났다. 지난해부터 다시 항공기 수요가 늘었는데 충분한 인력을 수급하는 데 실패하면서 생산 속도가 코로나19 이전보다 떨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B737-8 제작 협력업체가 후미 동체와 날개를 연결하는 구조물인 피팅에 표준화되지 않은 제조 공정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보잉은 이에 맥스 기종의 생산과 인도를 일시 중단했다. 보잉 측은 “생산이 완료된 항공기와 인도되지 않은 항공기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항공기를 정밀 검사하는 기간 동안 생산과 인도량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부산은 올해 중순쯤 에어버스의 ‘A321네오(neo)’ 2대를 받을 계획이었지만 올해 말로 인도 시점이 늦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에어버스 역시 인력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있어서다. 인도 시점이 연쇄적으로 밀리다 보면 연말 인도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에어부산은 반납하기로 했던 항공기 사용을 연장하면서 항공기 대수를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대형항공기 ‘A330-300’ 3대를 도입한 티웨이항공은 원래 계획대로라면 올해 같은 항공기를 추가로 들여왔어야 했다. 하지만 이 항공기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계획이 어그러지고 있다. 동남아시아 한 항공사가 더 좋은 가격에 해당 기종을 사겠다고 나서면서 경쟁이 불붙고 있어서다.
한 항공기 리스업체 관계자는 “코로나 기간 항공사들이 비행기를 많이 반납했는데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치열한 도입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웃돈을 주고서라도 비행기를 구해 오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항공기 도입 지연은 항공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사로서는 계획된 노선 운영이 틀어져 늘어나는 항공 수요를 흡수하지 못하게 된다. 돈을 벌어야 할 때 벌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항공운임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국적 항공사의 항공기 대수는 400대에 육박했다. 현재는 그보다 30대 이상 적다. 늘어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생긴 불균형으로 항공 운임이 높게 형성되는 결과를 낳는다.
한 항공사 임원은 “수익이 좋은 국제선 노선에 항공기를 투입하면 국내선에서 항공기를 빼야 하는데, 그러면 가뜩이나 비싼 제주도 운임은 더 오르게 된다”며 “운수권과 슬롯 유지를 위해서라도 항공기 도입이 제때 이뤄져야 하는데, 항공사들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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