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일정에 경제 사절단으로 참여한 주요 그룹 총수들이 국내외에서 글로벌 사업 현안을 점검하는 등 후속 일정에 돌입했다. 미국의 반도체지원법(CHIPS Act)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대처 등 과제가 산적해 총수들의 시간도 더 빨리 흐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 총수들은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윤 대통령과 함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주재 오찬에 참석하는 것으로 현지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4대 그룹 중에선 SK만 남미로 먼저 떠난 최태원 회장을 대신해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참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달 초까지 북미에 머물며 비즈니스 출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의 별도 회동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분간은 귀국하지 않고 미국 동부와 서부를 오가며 사업 관련 미팅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방미의 최대 성과 중 하나인 반도체법 가드레일 조항 완화로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의 공정 업그레이드 가능성이 높아졌다. 128단 낸드가 주요 품목인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의 전체 낸드 생산량 중 약 40%를 담당한다. 이 회장은 북미 출장 중 반도체법 후속 대응을 검토하는 한편 현지 파트너사와의 관련 협업 제고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방미 기간 중인 지난달 25일 SK온은 현대자동차그룹과 미국 조지아주에 총 50억 달러(약 6조7000억 원) 규모의 배터리 합작공장 계획을 확정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양국 정상 국빈만찬에 참석한 뒤 당일 밤 남미로 출국했다. 남미 주요 국가를 방문해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한편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최 회장은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인 지난달 19일 알프레도 카를로스 바스쿠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를 SK 프로농구단 경기에 초청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해리스 부통령 오찬을 끝으로 추가 일정 없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당분간 경영 현안을 챙기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IRA 대응의 핵심으로 꼽아온 미국 조지아 신공장(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완공 이슈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SK온과의 조지아 합작공장 계획 확정 외에도 추가적인 배터리셀 공장 건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및 기아 조지아 공장에서의 전기차 생산 문제 등 산적한 과제가 많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더 이상 IRA 규정의 변화를 막연히 기대하기보다는 일단 현 규정에 맞춰 경영 전략을 짜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구광모 ㈜LG 대표도 부통령 오찬 등 현지 공식 일정을 마치고 지난달 29일 한국에 입국해 국내 경영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는 앞서 17일 공개적으로 LG화학 양극재 공정을 점검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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