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래 회장, 다우데이타 주식
16년 전에도 폭락 직전 대량 팔아
키움증권 “라 허위 주장, 고소할것”
수년간 불법 일임 매매를 통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H투자컨설팅 업체 라덕연 대표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폭락 사태의 배후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사진)을 지목했다. 라 대표는 “김익래가 나를 죽였다”며 “(지난달 20일) 김 회장이 (다우데이타) 140만 주를 팔면서 주가가 폭락했는데 이게 시장 교란 행위”라고 말했다.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 직전 관련 종목인 다우데이타를 대량 매도한 김 회장을 겨냥해 사전에 시세 조종을 인지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셈이다.
김 회장은 폭락 사태 직전인 지난달 20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그룹 지주사 격인 다우데이타 140만 주(3.65%)를 주당 4만3245원에 처분해 605억4300만 원을 확보했다. 주가가 폭락하기 전 고점에 있을 기막힌 타이밍에 현금화에 성공한 것이다. 이에 대해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은 지난달 28일 금융감독원이 소집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당시 “공교롭게도 그때 (김 회장이) 매각을 했던 것뿐”이라며 “우연의 일치”라고 선을 그었다. 키움증권은 라 대표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방침이다.
그러나 김 회장이 다우데이타 주식을 폭락 직전에 대량 매도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김 회장은 2007년 1월 9∼11일 3거래일 동안 다우데이타 133만2000주(4.15%)를 주당 평균 4747원에 장내 매도해 63억3600만 원을 확보했다. 당시 다우데이타는 2007년 1월 시장에 나온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새 운영체제 윈도비스타의 수혜주로 꼽히며 5거래일 만에 50% 급등했다. 다우데이타 주가는 2000년 ‘닷컴 버블’ 이후 폭락한 이래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김 회장의 매도 직후 주가는 하한가를 찍고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라 대표는 김 회장과 마찬가지로 주가 폭락 전 블록딜에 나섰던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의 거래도 의심스럽다고 했다. 공시 등에 따르면 서울도시가스 김영민 회장 역시 지난달 17일 서울가스 보유 주식 10만 주(2%)를 단가 45만6950원에 팔아 약 457억 원을 확보했다. 그는 “(최근 주가가 폭락한) 선광도 공매도 거래가 아예 없던 종목인데 폭락 전 300억∼400억 원 규모의 공매도가 이뤄졌다”며 “공매도 증거금의 출처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매도 등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대주주들로서는 상속세 등의 절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김익래 회장의 공매도 세력 연루 가능성은 물론이고 키움증권을 통해 시장이나 차액거래결제(CFD) 관련 특이 동향을 파악하고 주식 매도에 나섰는지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김 회장이 라 대표와 직접 공모하지 않았더라도 키움증권을 통해 확보한 정보를 기반으로 주식을 매도했다면 심각한 범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키움증권의 고소 방침과 관련해 라 대표는 통화에서 “개미 투자자를 울린 주범이 누구인지 밝힐 기회가 될 것 같아 고소해 준 게 오히려 고맙다”며 “김익래 회장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계속 진행해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