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인가구, 중소형 제품 수요 급증
40인치대 올레드 작년 117만대 출하
냉장고-세탁건조기도 슬림형 봇물
“공간활용 중시 2030세대 시장 커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가 끝난 가전업계에서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슬림 가전’ 수요가 늘고 있다. 과거의 ‘거거익선(巨巨益善)’ 트렌드와 달리 효율적인 주거 공간 인테리어와 이동성에 초점을 둔 제품 시장이 커지는 것이다. 업계도 이에 발맞춰 중소형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 라인업 확대에 나섰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트렌드가 가장 뚜렷한 곳은 TV 시장이다. 코로나19 기간에 중대형 및 초대형 프리미엄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거실 TV’가 견인했던 고가 TV 시장 수요가 위축되는 반면 중소형 40인치대 올레드 TV의 성장세가 확대됐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중형급으로 분류되는 40인치대 올레드 TV의 출하량은 지난해 약 117만 대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연간 100만 대를 돌파했다.
비중 면에서도 40인치대 제품은 2020년 기준 전체 올레드 TV 시장의 4.6%에서 지난해 17.9%까지 성장했다. 특히 기존 주력이었던 50인치대와 60인치대 TV 판매량이 지난해 들어 모두 꺾이는 가운데 유일하게 큰 폭의 성장을 보여준 시장이기도 하다.
LG전자는 지난달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 최대 디자인박람회 ‘2023 밀라노 디자인위크’ 주력 제품으로 ‘LG 올레드 오브제컬렉션 포제’를 선보였다. 중형 사이즈 위주로 공간 활용도와 인테리어 디자인에 중점을 뒀다. 올해 말까지 40여 개국으로 출시국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 밖에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무드업’ 냉장고 제품에도 빌트인 타입의 600L 중용량 제품을 도입했다. 기존 제품들보다 냉장고 깊이를 줄여 주방 인테리어를 슬림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달 선보인 콤팩트형 안마의자 ‘힐링미 파타야’나 테이블형 공기청정기 ‘에어로퍼니처’도 좁은 거실이나 방에 간단히 배치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삼성전자도 1인·신혼 가구 주거 형태를 겨냥한 슬림형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그랑데 AI슬림’과 ‘원바디 톱핏’을 올해 처음으로 내놓았다. 비스포크 그랑데 AI슬림은 세탁기 13kg, 건조기 10kg의 사이즈에 직렬·병렬·단독 설치가 가능한 제품이다. 기존 주력인 세탁기 25kg, 건조기 20kg 용량 제품 대비 가로 길이를 17cm 줄여 좁은 공간에 쉽게 설치할 수 있다. 세탁기와 건조기 상하 일체형으로 나온 원바디 톱핏은 기존 세탁기와 건조기를 직렬 설치했을 때보다 제품 전체 높이가 78mm 줄어든다.
에어컨 시장에서도 슬림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존 무풍 에어컨 시리즈에 ‘슬림핏’ 모델을 추가해 내놓는 한편 창문형 무풍 에어컨 ‘윈도우핏’ 신제품도 지난달 말 내놨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민감한 수요를 겨냥해 기존 대비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 절약 모드도 도입했다.
주요 기업들이 슬림 가전 개발에 뛰어들면서 관련 시장은 향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20.0%에서 2030년 35.6%, 2050년 39.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과거 ‘가전은 클수록 좋다’는 인식과 달리 최근 2030세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공간 활용도와 이동성 등이 새로운 선택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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