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고등]
AI시대 글로벌 주도권 경쟁 가세
개인정보-지재권 등 쟁점 규범 담은 ‘디지털 권리장전’ 9월 마련 계획
과기장관 “글로벌 ‘룰 세터’ 될것”… EU-美-日, AI 질서 정립 ‘잰걸음’
개인정보 및 저작권 침해, 가짜뉴스 증가 등 인공지능(AI) 시대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 미국, 일본이 AI 관련 규제 체계 마련에 나선 가운데 AI 시대 새로운 글로벌 질서를 주도하기 위한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 글로벌 ‘AI 질서’ 재편에 한국도 참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AI 기술 발전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부작용에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디지털 질서 정립 방안’을 보고했다. AI 개발 가속화가 불러올 새로운 디지털 세상에 대비하려면 AI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회적 쟁점에 대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으로 △AI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과 개인정보 침해 △AI가 만든 콘텐츠의 지식재산권 인정 여부 △딥페이크를 활용한 가짜뉴스 등을 꼽았다.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이 같은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규범과 기준을 담은 ‘디지털 권리장전’을 9월에 마련할 계획이다.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이 축이 된 ‘AI 질서’ 정립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990∼2000년대 정보화촉진기본법 제정 등 정부 차원의 선제적인 정책으로 PC와 초고속 인터넷 보급에 성공하며 ‘정보기술(IT) 강국’ 평가를 받았던 것처럼 미래 AI 시대에도 주도권을 잡겠다는 취지다. EU, 미국 등이 주도해 AI 규범이 만들어질 경우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입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결과다.
과기정통부는 구체적으로는 8월 중 국민들이 참여하는 ‘디지털 공론장’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한국이 주도하는 ‘디지털 미래 포럼’을 올해 안에 신설할 방침이다. 유엔 차원의 글로벌 디지털 협약 제정을 위한 국제포럼을 올해 하반기(7∼12월) 국내에서 개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을 통해 “디지털 규범과 관련한 글로벌 논의를 주도하는 ‘룰 세터(Rule Setter)’ 역할을 맡겠다”고 강조했다.
● ‘규제 중심’ 유럽 vs ‘활용 중심’ 미일
새로운 AI 질서를 만들기 위한 EU와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발걸음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이 중 EU가 가장 적극적이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EU가 세계적으로 가장 강도 높은 규제 방안을 쏟아내며 미국 등의 AI 개발을 견제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AI 규제 법안을 두고 “연내 정치적 합의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의 뼈대는 오픈AI의 챗GPT 등 생성형 AI가 이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때 저작권 활용 여부와 출처 등을 밝히도록 한 것이다. 또 AI 위험도를 평가해 4단계로 나눠 이용자에게 알리도록 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를 보유한 미국과 아직 디지털화가 더딘 일본은 EU와 달리 규제보다 AI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처럼 국가별 이해관계가 갈리며 지난달 29, 30일 일본 군마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디지털·기술장관회의에서 각국은 AI 활용을 위한 5가지 원칙에 합의하면서도 구체적인 규제 방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한국은 새로운 디지털 질서를 정립하는 건 필요하지만 당장 법령 제정이나 개정으로 AI를 규제하는 것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글로벌 차원에서 나오는 새로운 AI 논의를 반영하면서 구체적인 (규제) 입법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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