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제친 中전기차 ‘세계 1, 3, 5위’ 질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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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글로벌 전쟁 현장을 가다]
〈상〉 中 전기차 강국 ‘퀀텀 점프’
100여개 토종브랜드 200개 차종 경쟁, 기술력 급성장… 작년 수출 120% 늘어
中 전체 자동차 수출, 日 이어 2위로

‘4분.’

지난달 19일 오전 중국 상하이 민항구에 있는 니오(Nio) 배터리 교환소. 기자가 중국 전기차 브랜드인 니오 차량을 타고 교환소를 방문해 75kWh(킬로와트시) 용량의 배터리를 새 배터리로 교체하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모든 절차는 무인 시스템으로 이뤄졌다. 보통 50kW 급속충전기로 이 정도 용량의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엔 1시간 정도가 걸린다.

결제와 예약은 차량 내 디스플레이에서 애플리케이션(앱)을 몇 번 터치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니오 차량 소유주는 한 달에 4번 무료, 그 이상부터는 한 번에 100위안(약 1만9300원)을 내면 이용할 수 있다. 니오는 이 같은 배터리 구독 서비스(BaaS)를 2021년 4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지난달 19일 방문한 중국 상하이 민항구의 한 니오(Nio) 교환소. 문 안쪽 노란색 선에 맞춰 주차하면 차체가 약간 들린 뒤 아래 교환 기기가 알아서 완충된 배터리로 교체한다. 교체에 걸린 시간은 4분 남짓이었다.
지난달 19일 방문한 중국 상하이 민항구의 한 니오(Nio) 교환소. 문 안쪽 노란색 선에 맞춰 주차하면 차체가 약간 들린 뒤 아래 교환 기기가 알아서 완충된 배터리로 교체한다. 교체에 걸린 시간은 4분 남짓이었다.
니오는 현재 교환소를 상하이시에 108곳, 중국 전역에 1000여 곳 운영 중이다. 올 연말까지 1000곳을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니오 관계자는 “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바꾸기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고객들의 충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서비스 혁신”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서비스에 힘입어 니오가 중국 내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올 1분기(1∼3월)에만 3만1000여 대에 달한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중국이 산업 측면에서도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전기차 강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안방 시장을 등에 업고 양적 성장에만 치중해 오던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이제 기술력 및 상품성 측면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507만5286대로 전체 글로벌 시장의 60%가 넘는다. 중국 시장은 유럽(162만2895대)과 미국(80만2653대)을 합친 것의 두 배에 달한다. 수입차를 제외하고 100여 개 중국 토종 브랜드가 200종 안팎의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이 치열한 제품 및 서비스 경쟁을 펼치면서 중국 전기차 산업은 양적, 질적으로 모두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의 글로벌 시장 진출도 가속화하면서 미중 간 전기차 패권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의 신에너지차(전기차, 수소차 등) 수출량은 지난해 68만 대로 전년 대비 120%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중국 자동차 수출은 독일과 한국을 제치고 일본에 이은 세계 2위까지 올랐다. 내연기관차에서 뒤처졌던 중국의 경쟁력이 전기차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기 시작된 것이다.

中 전기차 혁신… 1시간 걸리던 충전, 배터리 교체로 4분에 해결


배터리 구독서비스 세계 첫 상용화… 고급차 시장 ‘테슬라 아성’도 위협
유럽-태국에 생산공장 건설 계획… 내수 문턱 넘어 글로벌 진출 가속


비야디(BYD)와 니오, 샤오펑(Xpeng) 등 ‘3대장’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 토종 브랜드들은 저마다 경쟁력을 내세우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2014년 4월 중국에 진출한 미국 테슬라가 10년 가까이 장악해 온 중형급·고급 전기차 시장까지 정조준하고 있다.

● 테슬라를 제친 中 토종 브랜드
중국 비야디 ‘송 플러스’.
중국 비야디 ‘송 플러스’.
상하이 민항구의 한 비야디 판매대리점에선 2021년 4월 출시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송 플러스’가 기본가 20만3800위안(약 3937만 원)에 전시돼 있었다. 송 플러스는 올해 1분기(1∼3월) 약 200개 차종이 경쟁하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10만2826대를 팔아 테슬라의 모델Y(9만4647대)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중국의 한 업계 관계자는 “비야디의 중형급 모델이 중국에서 테슬라 모델Y를 제친 건 현지에서도 화두가 됐다”며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이젠 ‘카피캣’을 멀리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는데 비야디의 기술력이 그만큼 올라왔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71.7kWh 배터리가 탑재된 송 플러스의 중국항속거리측정표준(CLTC) 기준 주행거리는 1회 충전 시 505㎞다. 545㎞의 주행거리를 가진 모델Y는 기본가 26만 위안(약 5000만 원)에서 시작한다. 송 플러스가 1000만 원 이상 싸다.

배터리와 전기차를 수직 계열화한 비야디의 강점이 잘 드러난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배터리는 전기차 제조 원가의 약 40%를 차지한다. 신형 전기차를 개발하려면 배터리 업체와의 협업도 필요하다. 비야디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배경이다.

니오는 배터리 교환소 외에 음성으로 차량 제어가 가능한 인공지능(AI) 비서 ‘노미’를 차량에 탑재하고 있다. 자동주차 기능도 있다. 상품성 측면에서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경쟁할 만하다는 평가다. 샤오펑은 지난달 상하이 국제모터쇼에서 아예 테슬라 모델Y를 겨냥한 중형 SUV ‘G6’를 공개했다. 니오와 샤오펑은 1분기 각각 3만1041대와 1만8230대를 중국에서 판매하며 비야디와 함께 중국 전기차 판매량 상위 10개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 해외 시장으로 진격하는 ‘메이드 인 차이나’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중국 고급 전기차 시장 공략과 동시에 유럽과 일본, 동남아, 남미 등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벌어진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은 브랜드들이 주도하고 있다. 2021년 300개에 달하던 중국 전기차 브랜드는 지난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옥석 가리기’가 끝난 셈이다. 생존 기업들은 최대 격전지에서 살아남는 동안 저마다의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야디는 지난해 11월 1일 태국에서 출시한 SUV 전기차 ‘아토(ATTO)3’를 42일 만에 1만305대 팔았다. 중국 전기차 수출은 상당 부분이 테슬라 중국 공장 몫이었지만 비야디가 비(非)테슬라 계열의 수출길 개척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아토3는 유럽과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도 판매되며 지난해 수출 4만14대를 달성했다. 올 1월에는 ‘외산 자동차의 무덤’이라 불리는 일본에도 출시됐다. 비야디는 2025년까지 일본에 판매점 100개를 열겠다는 포부다.

해외 생산기지 구축에도 적극적이다. 비야디는 지난해 9월 태국에 연간 15만 대 규모 전기차 조립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 가디언은 최근 “비야디가 독일, 스페인, 폴란드, 프랑스, 헝가리를 공장 설립 후보지로 놓고 유럽 생산공장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오는 올해 9월 헝가리에 배터리 교환 시설 제작 공장을 열고 유럽 전역에 120개 배터리 교환소 설치를 목표로 설정했다. 배터리와 자동차 부품, 교환소, 전기차 제조 등 중국 전기차 생태계 확장이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연기관차 시대의 ‘초격차’를 따라잡는 데 힘쓰기보단 이를 건너뛰고 전기차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중국의 전략이 점차 무르익어 가는 분위기”라며 “해외 진출이 가시화되는 중국 토종 브랜드들의 성공 여부에 글로벌 경쟁사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테슬라#중국 전기차#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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