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연연구소와 대학 등 공공 연구기관이 개발한 기술을 사회적으로 최대로 활용하는 방법이 해당 기술의 사업화라는 것을 선진국들은 일찍 깨닫고 관련 체계를 구축해 왔다.
영국 옥스퍼드대는 ‘옥스퍼드대 이노베이션’이라는 조직을 1987년에 설립해 세계적인 수준의 특허출원을 기반으로 창업을 위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학이 소유한 지식재산을 활용한 비즈니스 수행을 위해 투자는 물론이고 지식재산을 사업화하는 방식, 더 나은 경영을 위한 전략개발 등 창업 전반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매년 15∼20개 기업을 배출하고 있다. 사업화 분야는 바이오와 소프트웨어, 인터넷 등이 중심이고 녹색기술, 의료기기, 연구장비 개발 등도 있다. 영국은 주요 과학기술 정책은 연구자가 결정한다는 홀데인(Haldane) 원칙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 원칙의 범주에는 연구기금은 정치가가 아닌 연구기관들이 결정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독일은 공공 연구기관의 기술 이전과 사업화에 대한 역사가 더 오래됐다. 1949년 설립된 프라운호퍼 연구소, 1971년에 설립된 슈타인바이스재단, 1978년 창립된 베를린 기술 중계 에이전트(TVA) 등이 관련 업무를 오래전부터 수행해 오고 있다. 특히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독일 전역에 74개 연구소와 2만7000여 명의 연구인력을 두고 사업화가 가능한 다양한 응용기술을 연구하고 이의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사업화전문조직(TLO)을 연구소 본부뿐만 아니라 전국 74개 개별 연구소에도 둘 정도로 사업화를 위한 기술개발을 지향하고 있다. 본부의 총괄 TLO는 개별 연구소의 IP관리와 계약 업무를 지원하고 기술사업화 프로그램(AHEAD)과 창업펀드(FTTF)를 운영한다. 또 1999년부터는 ‘프라운호퍼 벤처’라는 조직을 두고 공공기술의 기술 창업 문화를 강화·확산시키고 있다. 기술 보유 연구자와 기업가, 투자자, 산업파트너를 적극적으로 연결하며 대형 기술 이전과 창업을 지원한다. 분야별 전문가 집단을 두고 매칭을 통해 창업팀을 구성하기도 한다. 독일은 연구 수행에 관한 모든 권한은 연구자가 가지며 정부는 예산을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하르나크(Harnack) 원칙을 가지고 있다.
이스라엘에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글로벌 벤처캐피털인 요즈마펀드가 있다. 이 펀드의 기원도 따지고 보면 공공의 민간 기술사업화 지원에 있다. 1993년 이스라엘 정부와 민간이 각각 40%, 60%의 지분을 출자해 만들었다. 벤처 발굴 및 투자 활성화를 통한 벤처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당시 이스라엘 산업통상노동부 수석과학관이었던 이갈 에를리흐 요즈마그룹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1934년 설립된 와이즈만연구소도 기술 사업화의 주요 축이다. 기술사업화 전문 조직 ‘예다’를 두고 기술의 사업화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직원 20명이 특허출원부터 기술 지원, 창업 지원, 자금 융자 등 기술의 사업화를 총체적으로 지원한다. 연구에는 외부 통제가 거의 없다. 다만, 기술 사업화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업화 실패 때 정부 지원 창업자금의 10%를 연구자 개인이 부담토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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