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투자종목중 4개 가능했지만
폭락전 공매도 급증 사실로 확인
“공매도 금지 장기화로 버블 못막아”
당국의 규제완화 필요성 지적도
지난달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에서 주가 조작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라덕연 H투자컨설팅 업체 대표는 이번 사태에 공매도 세력이 개입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라 대표가 투자했다는 9개 종목 가운데 실제로 공매도가 가능했던 건 4종목에 불과했지만 주가 폭락 수일 전부터 공매도 거래대금이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과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에 해당 종목의 대주주와 공매도 세력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공매도가 허용이 안 돼 오히려 ‘가격 거품’이 커졌다며 작전 세력이 애초에 유동성이 낮으면서 공매도가 금지된 종목을 주 타깃으로 삼아 주가를 띄웠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주가 폭락이 발생하기 며칠 전부터 일부 주가 조작 의심 종목의 공매도 거래대금이 크게 늘었다. 다우데이타는 지난달 17일 공매도 거래대금이 4억4861만 원이었지만 20일 16억6193만 원, 21일 37억5362만 원으로 급증했다. 공교롭게도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20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 주를 처분한 직후 공매도 거래가 늘어난 것이다.
하림지주는 지난달 17일 공매도 거래대금이 25억121만 원으로 전체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공매도 비중이 19.52%까지 올랐다. 선광은 지난달 19일 코스닥150지수에 포함돼 3년 만에 공매도 거래가 재개됐는데, 당일 공매도 거래대금은 67억5285만 원으로 공매도 비중이 36.10%에 달했다. CJ는 주가가 장중 28.15%까지 폭락했던 지난달 24일 공매도 거래가 폭증했다. 당일 공매도 거래대금은 237억3687만 원이었는데 전 거래일(15억7488만 원)의 15배 수준으로 늘었다. 라 대표는 지난달 30일 본보와 만나 “CJ를 포함해 9개 종목에 투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린 뒤 매도하고 미래의 가격에 주식을 되사는 매매 기법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주가 하락에 베팅해 수익을 내는 전략이다. 시장에서는 주가 폭락 직전 공매도가 급격히 늘어난 것을 두고 주가 조작이 곧 드러나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사실을 안 내부자의 거래 가능성, 주가 조작 세력이 폭락장에서 역으로 수익을 취했을 가능성 등을 의심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가 조작 사실이 당국의 조사나 언론 취재를 통해 곧 드러날 것을 인지한 주가 조작 세력이나 그들과 내통한 대주주 또는 이를 알고 있는 제3의 세력이 개입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가 장기화돼 도리어 비이성적인 주가 버블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라 대표가 투자 종목으로 언급한 9개 종목 가운데 대성홀딩스, 세방, 삼천리, 서울가스, 다올투자증권은 코스피200에 속하지 않아 공매도가 최근 3년간 금지된 종목들이다. 지난달 공매도가 허용된 선광을 포함하면 6개 종목이 사실상 공매도 금지 종목이었던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팬데믹 충격에 따른 주가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2020년 3월 16일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전 종목에 대해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다. 이듬해 5월부터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지수에 편입된 350개 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다. 금융위는 2일 국회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공매도가 더 폭넓게 허용됐다면 작전 세력이 쉽게 주가를 띄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이 공매도 규제로 인해 사태가 더 커졌음을 사실상 인정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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