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조선업의 수주 활성화를 돕기 위해 선수금 환급보증(RG·Refund Guarantee) 확대 등의 통 큰 금융 지원에 나선다. 조선사들이 1분기(1∼3월) 세계 1위 수주 실적을 쌓은 만큼 ‘K조선’의 재도약을 다질 적기라 본 것이다. 이번 대책으로 시중은행의 지급보증을 받을 수 있게 된 지방 중형 조선사들의 숨통이 다소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울산 현대호텔에서 조선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수주 활성화를 위한 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4월에 발표한 조선업 금융 지원 강화 방안에 이어 한 달 만에 대책을 추가로 내놓은 것이다.
이번 지원 방안은 수주 지원을 위한 선박금융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RG를 추가 공급하고 발급 기관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RG란 조선사가 정해진 기간 내에 주문받은 배를 넘기지 못하거나 파산할 경우, 발주처에서 이미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변제하겠다고 보증하는 것이다. 수주 금액에서 선수금이 약 40%를 차지하기 때문에 RG가 발급돼야 수주가 성사되는 등 RG 발급 여부는 조선사의 수주 경쟁력에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는다.
우선 정부와 은행들은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사에 대한 RG 발급 한도를 조정하기로 했다. 최근 국책은행과 주요 시중은행의 RG 발급이 급증하면서 보증 한도가 부족해졌는데, 한도가 소진될 경우에도 향후 수주 전망 수정치를 감안해 추가 한도를 설정해주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서울보증보험(약 1조6000억 원)과 대구은행(약 1억 달러·잔액 기준)이 RG를 신규 취급하기로 했다. 기계설비건설·엔지니어링공제조합 등도 RG 발급 기관에 추가됐다. 다만 대구은행의 RG 발급은 현대중공업 계열 조선사 3곳(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으로 한정된다.
HJ중공업, 케이·대한·대선조선 등 지역에 거점을 둔 중형 조선사에 대한 은행 대상 기업설명회(IR)를 여는 등의 지원책도 나왔다. 정부는 시중은행이 중형 조선사에 RG를 발급하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향후 중형사의 수주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은행권의 동참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남동우 금융위 산업금융과장은 “지방은행과 중형사에 대한 지원 필요성에 대해 계속해서 협의해왔다”며 “은행권 역시 재무 상태 우려만 불식된다면 적극적으로 RG 발급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금융회사를 위한 보호장치도 마련된다. 은행권의 금융 지원 과정에서 보증 한도를 초과하는 RG 발급 특별승인 건에 대해선 면책을 부여할 예정이다.
정부는 금융 지원과 함께 생산인력 확보, 미래 기술력 강화 등에도 나서기로 했다. 올해 조선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력은 1만4000명 정도인데 1분기(1∼3월)에만 약 40%(5500여 명)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향후 조선업 별도 쿼터(5000명), 국내 인력양성 사업(2000여 명) 등으로 추가 인력을 유치할 계획이다. 또 올해 친환경 선박, 자율운항·미래선박, 디지털 기술 등에 1800억 원을 투자해 기술 경쟁력을 제고하기로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조선업 시황이 다시 반등 중이고 국내 조선업에 대한 금융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조선업이 차질 없이 수주해나갈 수 있도록 금융 지원을 적기에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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