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유일하게 화물 전용 항공기 1대를 운용하고 있는 제주항공이 2번째 화물 전용 항공기를 도입한다. 물류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한편, 신규 노선 취항을 위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최근 B737-800 항공기 계약을 맺고, 화물기 개조에 들어갔다. 개조 등에 한 두달 이상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이르면 하반기(7~12월)에는 도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화물기는 원래부터 화물기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바꾼 것이다. 공식 이름은 B737-800BCF(Boeing Converted Freighter)로, 보잉의 화물기 개조프로그램에 따라 전환된 화물기다. 2호기 역시 B737-800BCF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이 사용하는 B747-8F나 B777F, B747-400 화물기보다 덩치가 3분의 1 정도 작으며 약 22t의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6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화물 전용기를 도입해 화물 시장에 뛰어들었다. 제주항공은 화물 전용기 도입 이후 화물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코로나 기간 중 화물 운임이 코로나 이전보다 몇 배 올랐기 때문이다. 국내는 물론 동남아와 중국 등에서 이커머스 상품 등의 거래가 늘면서 수송량도 계속 증가했다.
그러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화물 운임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이전보다는 여전히 운임이 높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유럽의 주요 항공사들의 1분기(1~3월) 화물 매출도 전년 동월 대비 20~30%까지 떨어졌고, 대한항공의 1분기(1~3월) 화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51%나 감소했다. 여객 수요가 늘면서 벨리카고(여객기 하부 화물칸) 공급 증가로 인해 운임이 떨어진 탓이다.
그러나 제주항공은 오히려 화물 운송에 더 힘을 싣겠다는 전략이다. 기존에 쌓아온 물류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 신규 물류 시장을 뚫기 위해서는 화물기 1대로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서도 화물기를 여러 대 운영해야 화물 사업의 본격적인 성장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한 경쟁력 강화 목적도 있다. 대표적으로 6월로 예정인 한국과 인도네시아 항공회담에서 운수권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이 운수권을 보유하고 있다. 독과점 상태여서 다른 항공사들이 취항을 노리고 있는 지역이다. 여행 수요가 많은 인도네시아는 최근 국내외 기업들이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위해 다수 진출하면서 비즈니스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제주항공으로서는 화물기 추가 도입으로 인도네시아 주변의 동남아 지역에서 화물 운송도 할 수 있다는 경쟁력을 갖게 된다. 다른 경쟁사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언제부터 운항을 할지는 지금으로서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물류 사업 확대를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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