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불법행위 단속할 ‘특별사법경찰’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1일 12시 10분


코멘트
동아DB
정부가 건설노조의 불법 탈법 행위를 막기 위해 신고포상금제 도입, 건설공사 전 단계의 영상기록 의무화, 타워크레인 작업기록장치 도입 의무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불법 행위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건설현장 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하고, 부실공사의 고질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인 불법하도급을 차단하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임금 체불을 막고 근로계약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공사현장 출입내역을 관리하는 전자카드제 도입 대상을 확대하고, 모든 하도급 관련 계약에 사용될 표준근로계약서를 만들기로 했다.

정부는 11일(오늘) 이런 내용을 담은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후속대책’(이하 ‘5·11 건설현장 불법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2월 발표한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대책’에 따라 건설현장의 불법행위가 많이 줄었지만,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제도적인 방지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됐다.

이를 위해 정부는 대책을 크게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제도적 기반 구축과 ▲불법하도급 차단 등을 통한 근로여건 개선의 두 개 축으로 나눠 추진하기로 했다. 또 건설산업기본법, 건설기계관리법, 사법경찰직무법, 채용절차법, 노동조합법 등 5개 법을 ‘건설현장 정상화 5대 법안’으로 지정하고, 신속하게 개정 절차를 밟아나가기로 했다.

● 신고포상금제 도입 등 불법행위 근절 기반 마련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 후속조치 관련 민당정 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5.11/뉴스1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 후속조치 관련 민당정 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5.11/뉴스1
불법행위 근절 방안에서 핵심은 과도한 월례비 수수나 건설기계를 이용한 공사방행 등과 같은 처벌 근거가 불분명한 불법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불법행위 처벌조항과 신고포상금제 등을 도입하는 내용으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을 추진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레미콘 등 건설기계의 임대차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등록 취소 등과 같은 제재 방안을 담아 건설기계관리법도 보완할 방침이다.

현재 행정상의 처벌인 과태료 부과에 머물러 있는 건설노조의 채용강제에 대한 처벌 수위도 형사처벌 수준으로 높인다. 이를 위해 채용절차법 개정안을 이달 중 발의하기로 했다.

형사처벌로 처리한다는 것은 형법상 범죄행위로 보고, 법적 처벌을 내린다는 것이다. 형벌에는 사형부터 징역,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구류, 과료, 몰수에 이르기까지 9가지가 있다.

여기에 타워크레인 작업을 실시간으로 기록 관리하는 ‘스마트 작업기록장치’ 도입과 건설공사 전 단계에 대한 영상기록 의무화도 추진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인허가청이나 발주자 등이 건설현장에 대한 원격 감독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타워크레인의 투명한 임대차계약과 근로여건 향상을 위해 표준임대차계약서도 연내 마련한다. 또 건설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 해소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의 재입국 절차를 6개월에서 1개월로 줄이는 등 외국인력 고용 규제도 합리화한다.

● 특사경 도입해 불법행위 불법하도급 단속


건설현장의 불법행위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특별사법경찰제도(이하 ‘특사경’)도 도입한다. 지방국토관리청이나 지방자치단체가 불법행위를 단속하지만 수사권한이 없는데다 인력이 부족해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국토교통부는 이와 관련해. “전국의 건설현장이 매년 평균 17만 개 이상 유지되고 있지만, 국토부 단속 인력은 10명에 불과해 태부족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건설현장 특사경은 앞으로 ▲불법하도급, 공사입찰방해, 채용 및 건설기계 사용강요, 부당금품수수, 공사방해 등과 같은 ‘건설산업기본법’ 위반행위부터 ▲감리·감독 명령 위반, 품질·안전규정 위반, 점검방해 등과 같은 ‘건설기술진흥법’ 위반행위 ▲건설기계 이용 공사방해나 부당금품 제공 및 수수, 운송거부 등과 같은 ‘건설기계관리법’ 위반행위 등을 수사하게 된다.

특사경이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뿐만 아니라 불법하도급까지도 단속하게 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불법하도급의 경우 정상적인 하도급보다 공사비가 크게 깎이면서 부실시공과 근로여건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정상공사의 경우 재하도급 계약금액은 원도급의 73% 수준이다. 즉 100원 짜리 공사라면 73원을 받는다는 뜻이다. 반면 최근 적발된 불법하도급 현장의 경우 100원짜리 공사가 불법재하도급업체에 전달되면서 14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결국 이 현장에서는 철거공사 과정에서 건물이 무너지면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부는 불법하도급을 막기 위해 발주자와 원청사에게 하도급 관리를 의무화하고, 불법하도급에 대해서는 과징금과 형사처벌 수위를 높이는 한편 부실시공으로 인한 사망사고 발생의 경우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적용할 방침이다.

또 불법하도급 여부를 알 수 있는 전산망 시스템을 구축하고, 민간건축공사 감리에게 하도급의 적법성 여부에 대한 관리 의무도 부여하기로 했다. 이는 주택법 개정 사항이어서 7월 중 개정안을 발의할 방침이다.

● 전자카드제 도입 확대 통해 임금 체불 방지


건설현장의 고질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인 근로자 임금 체불을 막기 위해 일부 현장에만 적용되고 있는 출입내역 관리 전자카드와 임금 직접지급 시스템(대금지급시스템)의 적용대상도 대폭 확대된다.

현재 전자카드는 공공공사 50억 원 이상, 민간공사 100억 원 이상 규모 현장에만 적용된다. 내년부터는 공공공사는 1억 원 이상, 민간공사는 50억 원 이상으로 확대된다. 사실상 거의 모든 건설공사 현장에서 전자카드가 도입된다는 의미이다.

대금지급시스템도 공공공사는 의무화된 반면 민간공사는 자율적으로 이용하게 돼 있다. 앞으로는 민간공사도 단계적으로 의무화된다. 2024년 하반기부터는 300억 원 이상, 2025년 하반기부터는 100억 원 이상, 2026년 하반기부터는 50억 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건설현장 근로자의 근로계약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하도급업체와 개별근로자가 사용할 표준근로계약서도 마련된다. 현재는 하도급업체와 현장팀장(이른바 ‘십장’)간 관행적인 도급계약만 존재해 저임금이나 임금체불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