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한강푸르지오 단지 내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급매물이 소진된 이후 집주인들이 호가를 조금씩 끌어올리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급할 게 없는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고 버티기에 들어간 것 같다”며 “매순 문의가 늘었지만, 아직까지 실제 매수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로 서울 아파트 급매물이 대부분 소진되면서 호가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특히 급매물 소진 이후 서울 아파트값 하락 폭이 주춤하고, 강남과 송파 등은 일부 지역에선 반등세를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3∼4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10채 가운데 6채는 직전 두 달 전에 비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가 올해 3∼4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신고된 아파트의 거래가격을 1∼2월 가격과 비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은 60%가 넘는 주택형별 평균 거래가가 직전 두 달 평균가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거래량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458건으로, 전달(1418건)보다 증가했다. 이는 2021년 8월 이후 1년 7개월 만에 최대치다.
서울 아파트값 하락세가 둔화된 가운데, 송파구와 강동구는 강보합세로 전환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5월 둘째 주(8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4% 하락해 5주 연속 낙폭이 둔화됐다.
강남과 서초, 송파, 강동 등 동남권 지역의 아파트값이 일제히 상승했다. 노원구와 용산구는 각각 3주, 2주 연속 오름세다. 서초구(0.02%)와 강남구(0.01%)가 각각 4주, 3주 연속 올랐고, 송파(0.08%)·강동(0.02%)구는 하락 전환 한 주 만에 반등했다.
지난주 보합이었던 용산구도 0.01% 올랐다. 용산구 아파트값이 오른 것은 지난해 6월 둘째주(0.01%) 이후 11개월 만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추가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심리가 있지만, 지역별로 실거래가나 호가가 상승하는 단지가 생겨나면서 전체 하락폭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강남 등 일부 지역 단지에서는 이전 거래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실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76㎡)는 지난달 5일 20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3월 30일(20억4000만원)에 거래된 금액보다 3000만원 상승했다.
지난 3월까지 12~14억원에 거래되던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전용면적 84㎡)은 지난달 4일 16억원에 거래됐다. 현재 호가는 16억 후반대에서 17억원 선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시중의 급매물이 상당수 소진되고,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매매 호가도 오르면서 실거래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로 급매물이 대부분 소진되고,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가 상승하고 있지만, 대세 상승 전환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집값 대세 상승을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진단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규제 완화와 공시가격 하락으로 보유세 부담이 줄면서 급매물이 상당수 소진된 것으로 보인다”며 “급매물 소진 이후 강남 등 일부 지역 단지를 중심으로 실거래가가 오르면서 호가도 덩달아 상승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증가했지만, 집값 대세 전환으로 평가할 만한 추격 매수세가 없다”며 “상대적으로 주택 수요가 많고, 개발 호재 등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할 수 있지만,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어 대세 상승으로 전환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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