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신체 부족한 점 채워주는
웨어러블 로봇 시장 경쟁 본격화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 눈독
정부-기업서 개인으로 고객 확대
사람의 움직임을 보조하는 ‘입는 로봇’, 웨어러블 로봇의 춘추전국 시대가 열렸다. 기업들이 이 시장의 가치에 눈을 뜨면서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을 비롯해 전 세계 여러 기업 역시 웨어러블 로봇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웨어러블 로봇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인간 신체의 부족한 부분을 물리적으로 보강해준다는 점이다. 치아를 못 쓰게 되면 임플란트 치아를 사용하면 되고, 관절을 못 쓰게 되면 인공관절을 사용하면 된다. 그런데 약해졌거나 못 쓰게 된 근육을 위한 대안으로는 웨어러블 로봇이 거의 유일하다.
이 로봇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은 사람에게 밀착해 많은 데이터를 얻어낸다는 점이다. 지금도 카메라를 이용하면 사람의 동작을 측정할 수 있고, 웨어러블 센서를 이용하면 맥박과 호흡을 잴 수 있다. 하지만 웨어러블 로봇은 이 모든 데이터를 한 번에, 그것도 매우 정밀하게 수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측정 장비, 진단 장비, 나아가 메타버스 세상에 접근하기 위한 입력 장치로서도 활용도가 높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5월 1호(368호)에 실린 웨어러블 로봇 관련 기사를 요약, 소개한다.
● 인간 중심의 로봇 개발해야
궁극적으로 웨어러블 로봇은 디지털 세상과 현실 세상을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아주 중요한 매개체가 될 것이다. 디지털 세상의 정보와 지식을 경험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전히 디스플레이와 사운드가 주로 쓰이는데 웨어러블 로봇은 여기에 물리적인 경험을 더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내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인 엔젤로보틱스의 사례는 연구개발, 상용화, 시장 개척 등 각 단계에서 비즈니스 관련 통찰을 제시한다. 첫 번째 시사점은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할 때 ‘사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엔젤로보틱스가 개발한 워크온슈트가 2016년 스위스에서 열린 사이보그올림픽에서 동메달을, 2020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수상할 수 있었던 까닭은 이 제품이 철저하게 사람에 맞춰 설계됐기 때문이다. 통상 개발자들이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든 뒤 사람을 그 안에 넣어 끼워 맞추려 했다면, 엔젤로보틱스는 로봇의 주인이 사람이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장애인이 평소에 사용하던 보조기에 로봇을 덧대는 방식으로 제품을 개발했다. 또 단순히 하드웨어만 사람에 맞추는 데서 나아가 착용자의 걸음걸이에도 로봇이 학습하는 소프트웨어를 적용하는 등 사람을 중심에 놓았다.
두 번째 시사점은 웨어러블 로봇을 상용화할 때는 의류를 판매할 때와 마찬가지로 모듈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모든 사람이 필요에 따라 옷을 사지만 저마다 신체 구조가 다르고 좋아하는 디자인도 제각각이다.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이 머릿속에 그리는 웨어러블 로봇의 이미지가 다르고 각자의 몸에 맞는 웨어러블 로봇이 다르다. 그런데 보통 로봇 1대를 개발하는 데 적어도 수억 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세분화된 수요에 일일이 대응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반드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모듈화하고 플랫폼화해야 어떤 수요에도 맞출 수 있다. 마치 각기 다른 레고 블록을 준비해 놓고 필요에 따라 조합해 때로는 비행기도 만들고 성도 쌓듯이 기본 모듈에 이런 기술이 집적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뜻이다.
● 4대 메가트렌드 고려한 로드맵 필요
세 번째 시사점은 바로 시장 개척의 로드맵을 가지고 제품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웨어러블 로봇 시장에는 크게 4개의 메가트렌드, 즉 ‘4E’가 존재한다. 극복(Enablement)은 신체적 어려움이나 장애를 극복하게 해주는 재활이나 치료 로봇을, 증강(Enhancement)은 몸을 보호하고 근력을 증강해주는 로봇을 뜻한다. 또 교육(Education)은 물리적 교감과 실감형 레슨을 위한 로봇을, 오락(Entertainment)은 메타버스 등 가상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물리적으로 구현해주는 로봇을 가리킨다. 현재 웨어러블 로봇 시장은 극복에서 증강을 거쳐 교육, 오락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아울러 고객군에 있어서는 정부 주도의 B2G(기업 대 정부) 시장에서 시작해 전문 서비스 목적의 B2B(기업 대 기업)를 거쳐 개인 고객 대상의 B2C(기업 대 개인) 시장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런 시장 개척 로드맵에 맞게 제품군을 준비하고 라인업을 갖춰야 한다.
다만 로봇 산업은 경험과 노하우만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습득해야 할 이론이 있고, 학습해야 할 툴이 있다. 단순히 제품화만 잘한다고 시장에서의 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핵심 기술과 그 기술을 고도화할 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로봇 시장이 폭발할 조짐은 여러 가지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지만 여전히 꿈과 희망을 주는 마케팅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로봇 사업을 꿈꾸는 경영자나 관리자라면 생산, 운영, 인사관리 등 비즈니스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로봇을 만든다는 비전을 보여주고 미션을 제시하면서 이를 실현해 줄 기술 개발에 몰입해야 한다.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막연하게 로봇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갖고 있는 한 산업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인재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단순히 매출과 이윤을 높이고자 하는 상업적 동기,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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