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긴축의 고삐를 늦추면서도 “금리 인하 논의는 이르다”고 강조했지만 시장에서는 긴축 종료 분위기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은 이달 들어 11일까지 5조1519억 원의 가계대출을 새로 내줬다. 지난해 5월에는 한 달 동안 9조6622억 원을 빌려줬는데 올해는 약 열흘 만에 그 절반 이상(53.3%)의 대출 실적을 냈다. 대출별로는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3조4677억 원, 신용대출 1조6842억 원이 4대 은행에서 새로 나갔다.
이 같은 추세는 올 들어 계속되고 있다. NH농협은행을 포함한 5대 은행은 3월에만 18조4028억 원의 신규 가계대출을 실행했다. 1년 전(9조9172억 원)에 비해 85.6%나 늘어난 규모다. 지난달 새로 취급한 가계대출(15조3717억 원) 역시 1년 사이 69.5% 증가했다. 이 중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 3월에는 92.9% 늘었고 4월에는 75.6% 뛰었다. 3, 4월 신용대출 역시 1년 전 대비 30%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하락세를 보인 가계대출이 올 들어 반등하고 있는 것은 시중금리가 긴축 이전 수준으로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혼합형)는 12일 기준 연 3.68∼5.48%로, 지난해 말(4.62∼6.875%)과 비교해 하단이 1%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신용대출 금리는 연 4.65∼6.15% 수준으로 하단이 4%대로 내려왔다.
이는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의 금리가 이 기간 크게 떨어진 영향이 크다. 또 정부와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이 계속되면서 시중은행들은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가산금리를 적극 인하해왔다. 최근 글로벌 은행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중단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금리 하락 추세가 더 뚜렷해졌다.
가계대출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분기(10∼12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5.1%까지 오른 것에 대해 경기 침체 발생 확률을 높이는 수준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어서면 성장세가 둔화되고 경기 침체 발생 확률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권도근 한은 통화신용연구팀 차장은 “가계신용 비율이 80%에 근접하도록 가계부채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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