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發 폭락에 개미들 ‘빚투’ 화들짝… 증시 예탁금 썰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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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신뢰 상실-CFD 위험성 경종
신용거래융자 2조 가까이 줄고
투자자 예탁금 3조 넘게 빠져나가
관련 종목-증권사 시총 13조 증발

“시장에서 신뢰를 잃은 주식은 희망이 없다.”

최근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는 한국 주식시장에 회의를 느꼈다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8개 종목의 무더기 폭락 사태 이후 한국 증시에서는 기업의 가치와 성장 가능성 등의 분석을 토대로 한 투자 접근법이 통하지 않을 것이란 ‘불신’이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12일 “기업의 발전과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투자하는 것이 기본인데, 한국 주식은 거의 사기성 도박판이 됐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한국에서는 그나마 우량하다는 가치주가 주가조작 재료가 되고, 기업 오너 일가마저 주주편이 아니다”라고 성토했다.

SG증권발 무더기 폭락 사태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번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돈이 증시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53조3475억 원이었던 투자자 예탁금은 이달 11일 50조1527억 원으로 3조 원 이상 줄었다. 9일에는 49조5630억 원까지 낮아져 지난달 10일 이후 약 한 달 만에 50조 원을 밑돌았다.

투자자 예탁금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금액 또는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돈이다. ‘증시 대기 자금’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주식투자 열기를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예탁금이 쪼그라든 것은 이번 주가조작 의혹으로 투자심리가 꺾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개인이 빚을 내 주식에 투자(빚투)하는 신용거래융자 자금도 꾸준히 줄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달 24일 20조4319억 원에서 이달 2일 19조1364억 원, 11일 18조6574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번 주가조작 사태를 부추긴 원인으로 지목된 차액결제거래(CFD)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빚투’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CFD는 40%의 증거금으로 최대 2.5배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는 장외 파생상품 거래로 신용융자와 유사하다.

전문가들은 개인들의 투자심리가 단시간 내에 되살아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련 종목과 증권사 시가총액이 약 13조 원이나 증발했을 정도로 시장에 타격이 컸던 까닭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가가 폭락한 대성홀딩스, 삼천리, 서울가스, CJ 등 총 9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주가 폭락 직전인 지난달 21일과 비교해 60% 가까이 급감했다. 9개 종목의 시총은 12일 기준 6조2870억 원으로 집계돼 지난달 21일(15조3665억 원) 이후 약 9조795억 원(―59.1%) 증발했다. 특히 대성홀딩스(―81.5%)와 서울가스(―80.0%), 선광(―82.6%) 시총은 80% 넘게 떨어졌고, 삼천리 시총은 약 2조174억 원에서 5438억 원으로 73% 감소했다.

CFD를 취급해오던 증권사들의 주가도 일제히 떨어졌다. 상장 증권주의 시총은 지난달 21일 약 23조 원에서 이달 12일 19조2000억 원으로 3조9000억 원가량 줄었다. 기대 이상의 호실적도 효과가 없었다. 키움증권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3조767억 원, 영업이익 3889억 원의 대형사 못지 않은 실적을 기록했지만, 4월 14일 10만9400원이던 주가가 5월 12일 9만3800원으로 14%가량 미끄러져 내렸다.

하나증권 한재혁 애널리스트는 “최근 CFD 사태 이후 개인투자자의 투자심리가 꺾이며 거래금액이 감소하고 있고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시장은 길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sg증권발 무더기 폭락 사태#투자신뢰 상실#cfd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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