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컨설팅]경기 변곡점, 채권 중심의 자산 배분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6일 03시 00분


美 긴축 종료 임박했지만
경기침체 우려는 여전해
증시 당분간 성과 저조 예상
채권 자산 활용도 높아져

김다영 SC제일은행 압구정로데오지점 부장
김다영 SC제일은행 압구정로데오지점 부장
Q. 개인사업을 하는 A 씨는 시장 변화에 대비해 위험자산 위주로 구성돼 있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변경하고자 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사이클이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서 적절한 투자 전략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연준에 맞서지 마라’는 월가의 오래된 격언이다. 연준의 행보를 고려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특히 통화정책이 완화적이고 유동성이 풍부할 때는 적극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로에 가까운 저금리와 양적 완화에 힘입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거침없는 상승세를 나타낸 국면에는 이러한 이야기가 통용됐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오늘날 ‘연준에 맞서지 마라’는 격언은 투자자들이 위험에 대해 보다 건설적인 시각을 가져야 함을 의미한다.


최근 1년간 고강도 긴축을 한 연준은 이제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가 임박했다는 신호를 재차 보내고 있다. 실제 연준이 정책 기조를 완화적으로 전환한다면 증시가 강세를 나타낼 수 있다. 이론적으로도 금리 하락은 미래 실적에 대한 할인율을 낮춘다는 점에서 주식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는 경기 침체가 없는 경우에만 유효한 가정이다. 대부분의 경우 경기가 저점을 통과해야만 증시 상승 랠리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경기 침체 우려에 의해 금리 인하의 효과가 상쇄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주식 비중이 높은 투자자라면 연준의 정책 전환 시점보다 경기의 저점이 언제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만 증시 저점을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 시장은 이미 위축됐고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둔화됐지만 미국의 고용 시장은 경기가 저점을 통과했다고 보기에는 여전히 견조한 상황이다. 연준이 5월 이후 금리 인상을 중단하더라도 경기 저점까지는 시차가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주식 시장도 아직 저점에 이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주식과 달리 미 국채 금리는 일반적으로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나는 시점에 좀 더 예측 가능한 움직임을 보인다. 역사적으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준의 최종 금리 인상 시기에 정점을 통과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연준의 긴축에 따른 성장 둔화와 물가 하락이 금리 하방 압력을 높이면서 10년물 국채 금리는 마지막 금리 인상 이후 12개월간 평균 0.7%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긴축 사이클 끝이 보인다면 채권 비중을 확보하는 게 유효함을 시사한다.

앞으로 주식에 하방 압력이 가해지고 채권 금리 하락을 야기하는 형태의 경기 침체가 나타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우량 국공채 비중을 확대하고 주식 비중은 축소하는 투자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2022년 동반 하락했던 주식과 채권의 성과가 이제는 대조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가 하향 안정화되면서 주식과 채권은 더욱 뚜렷한 ‘역(―)의 상관관계’를 나타낼 수 있다.

경기 침체로 주식 시장의 저조한 성과가 예상되는 현시점에서는 채권 자산의 활용도가 점차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위험자산 집중도를 낮추는 대신 채권 중심의 자산 배분으로 옮겨갈 것을 추천한다.
#경기 변곡점#채권 중심#자산 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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