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베이시스포인트·1bp는 0.01%포인트) 추가로 올렸다. 하지만 6월 회의부터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임을 시사했다. 소위 최종 금리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1980년대 이후 다섯 차례의 사례에서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된 뒤 1년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코스피는 각각 평균 16.4%, 3.2% 상승했다. 이러한 성과의 배경에는 최종 금리 도달 이후 9개월 만에 금리 인하가 단행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우리는 내년 2분기(4∼6월)경 연준이 금리 인하 카드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기대 이상으로 경기가 안정적이며 연착륙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인플레이션이 서서히 진정될 것임을 뜻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주식시장에는 이율배반적인 두 가지 시각이 맞서고 있다. ‘비관적 황소’와 ‘낙관적 곰’이다. ‘비관적 황소’ 캠프는 경기 전망에 비관적이지만 결국 주식시장이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는 역설적 시나리오에 베팅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조기에 도래하면, 하반기 연준이 금리 인하로 대응할 것이라는 전제인 셈이다. 이 경우 주가는 단기 충격이 있겠지만 V자 반등이 가능할 수 있다. 실제 미 선물시장에 반영된 시장 참여자들의 예측도 이와 비슷하다.
아직까지는 ‘비관적 황소’의 패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미국 경기의 둔화가 확인되고 있지만 급격한 침체와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지 않음을 뜻한다. 오히려 견고한 고용과 소비로 인한 인플레이션 재부상 우려가 잠복해 있다. 바로 ‘낙관적 곰’의 시각이다. 이 시나리오에서 연준은 △향후에 추가 긴축을 해야 할지 △아니면 영구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을 받아들일지 결정해야 할 수 있다.
두 시각 모두에 이번 여름은 데이터로 주장의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다.
다시 과거 최종 금리 도달 이후 사례로 돌아가 보자. 당시와 현재의 시장 지표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 과거 사례들의 평균 밸류에이션에 비해 현재 미국 주식시장은 다소 고평가된 상태다. 당시 S&P500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평균 14.7배였다. 하지만 현재는 약 18배에 달한다. 기업 실적 성장 전망 역시 크게 부진하다. 과거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 증가율 전망은 평균 12.7%였다. 현재는 4.1%에 불과하며, 게다가 전망의 하향 조정이 지속 중이다.
이 점에서 이번 2분기는 글로벌 주식에 대해 중립적 스탠스가 불가피하다. 경기의 연착륙 전망에 무게를 두더라도 단기간 내에 실적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이유다. 주식 보유자라면 방어적 포트폴리오로 불확실성 국면을 통과할 필요가 있다. 흥미롭게도 과거 사례에서 4번은 경기 침체가 도래했고 1번은 연착륙에 성공했지만 모든 경우에서 방어 업종이 이겼다. 최종 금리에 도달했더라도 경기 불확실성과 높은 금리가 경기민감주의 운신을 제약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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