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CBDC 기술 협력’ MOU
중앙은행이 보증, 법정화폐 전자화
인터넷 아닌 근거리무선통신 송금
“글로벌 CBDC 시장서 선도 기대”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상용화를 위해 한국은행과 삼성전자가 손을 잡았다. 인터넷이 끊긴 오프라인에서도 마치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쓰듯 스마트폰 자체에 돈이 담기고 거래도 가능한 기술 개발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한국은행은 15일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오프라인 CBDC 기술연구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번 협약을 통해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활발히 연구 중인 오프라인 CBDC 분야를 한국이 선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부사장)은 “삼성전자의 고도의 보안 기술력을 디지털 화폐 분야에 적용해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CBDC 기술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CBDC는 기존의 실물 화폐를 대체, 보완하기 위해 중앙은행에서 발행한 디지털 화폐다. 블록체인이나 분산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가상자산과 비슷하지만 법정화폐를 전자화한 것이어서 변동성이 작고 중앙은행이 보증하기 때문에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와 한국은행은 그동안 검증해온 CBDC 기술들을 토대로 연구를 지속하고 오프라인 결제 부문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업무협약을 맺은 만큼 본격적으로 상용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CBDC 도입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해 앞서 두 차례에 걸친 연구사업을 진행했다. 2021년 8∼12월 1단계 사업을 진행하며 CBDC를 구현하기 위한 환경을 구축하고 CBDC의 기본 기능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이어 지난해 1∼6월 2단계 사업에서는 인터넷 통신망이 단절된 상태에서의 송금, 결제 등 현장 도입을 위한 다양한 기능들을 살펴봤다.
삼성전자는 2단계 사업에 참여해 오프라인에서도 송금, 결제가 가능한 CBDC 기술을 개발해 선보였다. 송금인과 수취인의 거래 기기가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화폐를 주고받는 것이다. 네트워크가 단절된 재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거래가 가능하다. 기존 시중은행을 통해 처리되는 온라인 송금이나 ‘페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던 결제 방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오프라인에서의 CBDC 거래가 삼성전자 모바일 기기에 탑재된 보안 칩셋(eSE·embedded Secure Element)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이 보안칩셋은 보안 분야의 국제 공통 평가 기준인 CC(Common Criteria)에서 EAL 6+ 등급의 하드웨어 인증을 획득했다. CC는 EAL 0부터 7까지 등급을 나눠 7에 가까울수록 높은 보안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앞으로의 과제는 그동안 개발한 오프라인 CBDC 기술을 실제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과 워치 등에 적용해보는 것이다. 기기에 어떻게 디지털 화폐를 저장하고 거래 기록은 어떤 과정을 거쳐 처리되는지 등 실제 현장에서의 기술 구현을 고려해 완성도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오프라인 결제 시 우려되는 보안 위협도 최소화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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