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6일부터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8원 올리면서 철강업계의 전기료 부담이 한층 가중될 조짐이다. 철강업계는 올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전기료 인상이 이뤄질 수 있어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들은 올 1분기에 큰 폭 영업이익이 줄었는데 올 하반기에도 글로벌 시황 악화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 차원의 보조금 혜택이 마련된다고 해도 철강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지난 15일 2분기 적용 대상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8원 인상, 이날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인상률은 현재 요금 대비 5.3% 수준이다.
산업용 전기료의 경우 지난해 12.5% 인상에 이어 올해 1분기 24.95% 올랐다. 2분기 전기료 인상을 포함해 2021년 기준 전기료와 비교하면 50% 가량 가격이 뛰었다는 추산이다.
전기료 인상으로 철강업계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업체들은 저탄소 생산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최근 수 년간 전기 기반의 친환경 탄소배출 저감 설비를 늘려온 것이 오히려 실적 하락 주범이 됐다고 본다.
현대제철의 경우 연간 전기 1만GW(기가와트)를 사용한다. 8원 인상에 따른 부담은 연간으로 따지면 5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6000억~7000억원 전력비를 사용했는데 올해 인상분까지 고려하면 8000억원 수준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동국제강은 전기료 인상에 따른 전력비용 부담이 10% 늘어날 것으로 봤다. 지난해의 경우 2827억원 전기료를 납부했는데 이번 전기료 인상으로 188억원 가량 비용 부담이 추가될 수 있다.
연간 4000억원을 전력비로 쓰고 있는 포스코의 경우 현대제철, 동국제강과는 조금 사정이 다르다. 제철소 내 부생가스 및 LNG 발전설비가 있어 80% 이상 전기를 자체 생산해 사용하고 있어 전기료 인상에 큰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는 올 하반기에도 전기료 추가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전력이 올해 7조~8조원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데다 최근 실적도 마이너스를 보여 추가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다.
철강업체들은 전기료 인상이 가파를 경우 제품 가격 인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철강 제품 수요 회복 속도가 빠르지 않은 상황이어서 원가 부담을 제품 값에 반영할 경우 안팔리는 상황까지 생길 수 있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도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나 전기요금이 오르더라도 철강 제품 가격 인상은 쉽지 않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장 부회장은 “동국제강은 전기로를 운영하는 만큼 전기료 인상에 따른 원가 부담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공장 원가 절감을 통해 수익 개선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철강 가격은 아시아와 전 세계 가격이 묶여서 움직이기 때문에 우리만 가격을 올릴 경우 소비자들이 따라와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료 인상에 따른 정부 차원의 보조금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100%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다”며 “결국 철강 가격 인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가격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아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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