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핵심기술 또 유출…“美-中 갈등속 탈취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7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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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서 반도체 핵심기술 유출 시도가 또 다시 발생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다툼이 격화되는 가운데 기술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중 갈등 속에서 국가 간, 기업 간 기술 탈취 시도가 더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지난달 회사 중요 정보를 빼돌린 혐의로 직원 A 씨를 해고하고 국가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엔지니어인 A 씨는 핵심 기술이 포함된 자료 수십 건을 외부 개인 메일로 발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일부 자료를 자신의 또 다른 외부 메일로 2차 발송한 뒤 보관하고 있다가 덜미를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A 씨가 유출한 정보가 실제 해외나 경쟁사로 유출됐는지는 현재 조사 중이다. 삼성전자는 “인사 징계와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통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도 유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며 골머리를 앓았다. 해외 업체로 이직을 준비하던 직원이 핵심 기술이 담긴 중요 자료를 화면에 띄워놓고 사진을 촬영해 보관하다 적발된 것이다. 회사는 지난해 4월 수사를 의뢰했고 해당 직원은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국내 협력업체로 이직을 준비하던 또 다른 직원도 회사 핵심 정보를 담은 사진 수천 장을 보관하다 적발됐다. 마찬가지로 기소돼 지난달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뉴스1
반도체업계 안팎에서는 미국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통제에 나서며 중요 정보를 노린 탈취 시도가 부쩍 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첨단반도체와 관련 장비에 대한 중국 수출을 막기 시작했다. 임형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단순히 브로커를 통해 인재를 영입하거나 기밀을 몰래 빼내는 수법을 넘어 자본을 앞세운 강제 인수합병(M&A) 등으로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당하는 기업들도 알게 모르게 간접적인 형태로 빈번히 일어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해외에서도 기술 유출은 심각한 문제다. 미국 법무부는 16일(현지 시간) 애플 자율주행차 기술을 빼내 중국으로 도피한 전 애플 엔지니어 등 중국 기술 스파이 3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중국 국적의 엔지니어 왕웨이바오는 중국 기업에 채용되자 애플을 퇴사하기 전 자율주행기술 관련 영업 기밀을 대거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그는 방대한 양의 민감한 독점·기밀 정보에 접근했고 자택 압수수색 당일 이미 중국으로 떠났다고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리밍 리는 미국 업체 두 곳에서 핵추진잠수함과 군용기 관련 기술이 담긴 파일 수천 개를 훔치다가 체포됐다. 그가 훔친 기술은 중국으로의 이전이 금지된 수출통제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밀 유출은 기업 경영의 막대한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국정원이 적발한 국내 산업기술 유출 사건은 93건으로 피해액은 25조 원에 달한다. 피해액은 관련 연구개발비와 예상 매출액을 반영해 추산한 액수다. 이중 국가핵심기술로 분류된 건수는 33건이다. 분야별로는 반도체가 24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디스플레이(20건), 이차전지·자동차·정보통신(각 7건) 순이었다. 국정원은 “클라우드, SNS 등 다양한 경로로 기술을 유출하고 추적을 피하기 위해 ‘다크웹’을 활용하는 등 점점 고도화된 수법도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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