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문제 해결 스타트업 집중 투자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인터뷰
“기후 관련 각국 보조금 시장 급성장
혁신적인 솔루션 공개 땐 리턴 클것”
“기후투자는 하이 임팩트(큰 혁신), 하이 리턴(높은 수익)입니다.”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만난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39)는 기후기술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008년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설립한 소풍벤처스는 국내 최초의 임팩트 투자사로, 2016년부터 한 대표가 이끌어오고 있다. 임팩트 투자란 수익을 추구하면서 사회적·환경적 가치까지 달성하는 투자를 말한다. 소풍벤처스는 2020년부터 기후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 투자에 집중해오고 있다.
최근 1년 새 투자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벤처투자사들이 성과나 수익을 내는 스타트업을 위주로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술의 효용을 검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기후기술 분야에 투자하는 것은 요즘 같은 시기에 위험한 것 아닐까.
한 대표는 “투자는 모험자본이라 리스크는 높을 수밖에 없다”며 “리턴(수익)이 큰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는 인류 전체의 문제라 혁신적인 솔루션을 내놓게 되면 그만큼 리턴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통과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신재생에너지 및 전기차 사업에 세액공제와 보조금 등의 형태로 3690억 달러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핵심원자재법, 탄소중립산업법 등 각종 법안을 밀어붙이며 맞불을 놨다. 한 대표는 “기후와 관련해 각국의 정부 보조금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커지고 있다”며 “경제 위기 및 불황이 찾아왔는데도 불구하고 전 세계 기후 관련 투자가능 자금은 늘어난 추세”라고 짚었다.
하지만 한국은 기후기술 스타트업 창업 속도가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더딘 편이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세 가지 이유를 꼽았다. 첫째, 기후기술 스타트업은 단순 아이디어를 갖고 창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딥테크(첨단기술) 수준에 가까운 기술이 필요해 창업 자체의 난도가 높다는 것이다. 둘째, 인력 풀이 작다는 점이다. 인재들은 대부분 의대에 진학하거나 대기업 연구소, 국책기관이나 연구실 등으로 쏠리고 있다. 셋째, 국내 기후기술 업계는 주로 대기업이 이끌면서 B2B나 B2G 방식으로 사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창업가의 접근이 어렵다.
소풍벤처스는 투자뿐 아니라 기후기술 관련 액셀러레이팅과 네트워킹 프로그램 등도 진행하고 있다. 한 대표는 “기후 문제는 기업만 잘한다고 풀리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 재학 시절 처음 창업을 했고, 이후 두 번 더 창업한 뒤 소풍벤처스에 합류했다. 그는 “돈은 기업의 목적이 아니라 기업이 어떤 미션이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인데, 첫 창업 때까지만 해도 돈을 목적으로 생각했었다”라며 “비즈니스를 통해 어떤 비전을 실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소셜벤처에 관심을 갖게 됐고, 창업보다 투자가 더 큰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임팩트 투자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소풍벤처스가 투자한 기후 관련 스타트업은 대표적으로 분산전원의 발전량 예측 솔루션을 판매하는 소프트웨어 기술기업 ‘식스티헤르츠’, 액화수소 탱크를 만드는 ‘하이리움’, 담수화 시설에 탄소포집 기술을 제공하는 ‘캡쳐식스’ 등이 있다. 한 대표는 “앞으로 한국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기후기술 기업을 찾아 투자할 예정”이라며 “자본이 더 큰 소셜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여러 사례들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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