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 1분기 역대급 실적 발표
자율성 높인 IFRS17 도입 후 급증
당국, 뒤늦게 “새 가이드라인 마련”
“소비자 피해 이어질 우려” 지적도
올 들어 보험사들이 줄줄이 역대급 실적을 발표하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실적 뻥튀기’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보험사들의 기초체력은 그대로인데 회계기준 변경으로 순익이 급증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금융당국도 뒤늦게 새 회계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 업계 1위 삼성화재의 1분기(1∼3월) 당기순이익은 6133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엔 4491억 원의 순익을 거뒀다고 공시했는데 1년 새 36.6%나 뛰었다. DB손해보험도 1분기 4060억 원의 순이익을 올려 1년 전보다 43.6% 올랐다. 메리츠화재는 82.1% 뛴 4047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현대해상의 1분기 순이익(3336억 원)은 1년 전(1512억 원)보다 2.2배나 급증했다. 이 기간 KB손해보험 실적(2538억 원) 역시 79.6% 상승했다.
손보사들에 이어 생명보험사들도 줄줄이 역대급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7068억 원으로 1년 전 발표 실적(2697억 원)보다 2.6배 뛰었다. 교보생명 역시 같은 기간 2727억 원에서 5003억 원으로 순이익이 2배 가까이(83.5%) 급증했다. 1분기 전체 보험사가 벌어들인 순이익은 약 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1년 동안 생·손보사들이 올린 실적(9조2000억 원)의 76%에 달하는 규모다.
코로나19 특수로 자동차 보험이 흑자로 돌아서고 백내장 수술에 대한 실손보험금 지급이 깐깐해지는 등 보험금 누수를 틀어막은 것이 역대급 실적의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고금리 여파로 투자 실적이 개선된 것 또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자율성을 높인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실적이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 회계기준의 핵심은 새로 도입된 계약서비스마진(CSM)으로, 미래 예상되는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지표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자율적으로 산정하는 만큼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비슷한 보험계약에 대해 A보험사는 고객이 보험금을 많이 타갈 것으로 보고 이익을 적게 잡는 반면에 B보험사는 적게 타갈 것으로 보고 이익을 많이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바뀐 회계기준을 적용하면 지난해 1분기 삼성화재 순이익은 기존 4491억 원에서 5259억 원으로, DB손해보험 순이익도 2827억 원에서 4834억 원으로 오른다. 회계기준만 변경됐을 뿐인데도 실적이 뛰는 셈이다. 반면 삼성생명의 지난해 1분기 실적은 2697억 원에서 2684억 원으로 소폭 줄어든다.
이 때문에 부풀려진 이익이 향후 손실로 전환되면 보험사들의 지급여력에 문제가 생겨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 회계기준을 둘러싼 혼란이 계속되면서 금융당국은 실적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된 DB생명보험 등 보험사 4곳에 대한 수시검사에 착수한 바 있다. 또 당국은 IFRS17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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