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1∼3월) 증권사들이 빚을 내 투자(빚투)한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거둔 이자 수익이 전 분기 대비 80억 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융자 이자율을 하향 조정했음에도 빚투 수요가 늘면서 ‘이자 장사’가 쏠쏠했던 셈으로 가장 큰 수익을 거둔 증권사는 키움증권이었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증권사 29곳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은 총 3581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10∼12월) 3502억 원에서 약 79억 원(2.25%) 증가한 규모다. 다만 1년 전(4296억 원)에 비해서는 약 16.64% 줄었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사전 약정에 따라 고객에게 주식매수 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뜻한다. 증권사는 지정된 이자율에 따라 수익을 얻는 구조로 한마디로 ‘대출 이자’와 유사하다. 증권사별로는 키움증권이 1분기 신용거래융자 이자로 588억 원을 벌어들여 29개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수익을 올렸고, 미래에셋증권이 554억 원으로 2위에 올랐다. 전 분기 대비 두 증권사의 신용융자거래 이자수익은 각각 6.84%, 5.45% 증가했다. 삼성증권(545억 원), NH투자증권(420억 원), 한국투자증권(316억 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앞서 2월 은행들이 예대금리 차로 역대급 실적을 올려 ‘성과급 잔치’를 벌여 논란이 일자 증권사들도 당시 10%대에 달했던 신용융자 이자율을 인하했지만 오히려 이자수익은 증가한 것이다. 고강도 통화 긴축에 한동안 얼어붙었던 투자 심리가 연초 이후 주식시장이 반등하면서 되살아나 빚투 거래도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투협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월 약 16조1000억 원에서 2월 17조8000억 원, 3월 18조7000억 원, 지난달 19조5000억 원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다만 이자수익 증가에도 증권사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지난달 24일 무더기 주가 폭락 사태에 따른 미수채권 물량으로 증권사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신용융자 이자수익이 많은 증권사일수록 이번 폭락사태로 인한 미수금 규모가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차액결제거래(CFD)를 제공하지 않았더라도, 이번 사태로 주가가 급락한 종목들에 대해 신용융자를 제공했다면 담보가치 급락으로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키움증권의 경우 CFD 거래 규모가 업계 2위인 만큼 손실 리스크가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빚투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이달 들어 신용거래융자 반대매매(증권사가 채권 회수를 위해 강제로 주식을 매도하는 것) 금액은 일평균 522억5700만 원으로 지난달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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