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빼돌린 직원 해고-수사의뢰
해외나 경쟁사로 유출 여부 조사
“기밀 빼내는 수법 점점 고도화”
美, 애플카 기술 빼낸 中스파이 기소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핵심 기술 유출 시도가 또다시 발생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다툼이 격화되는 가운데 기술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중 갈등 속에서 국가 간, 기업 간 기술 탈취 시도가 더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지난달 회사 중요 정보를 빼돌린 혐의로 직원 A 씨를 해고하고 국가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엔지니어인 A 씨는 핵심 기술이 포함된 자료 수십 건을 외부 개인 메일로 발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일부 자료를 자신의 또 다른 외부 메일로 2차 발송한 뒤 보관하고 있다가 덜미를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A 씨가 유출한 정보가 실제 해외나 경쟁사로 유출됐는지는 현재 조사 중이다. 삼성전자는 “인사 징계와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통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도 기술 유출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며 골머리를 앓았다. 작년 1월 삼성전자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경쟁하는 해외 업체로 이직을 준비하던 B 씨가 회사 핵심 기술이 담긴 중요 자료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보관해오다 적발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수사를 의뢰했고 B 씨는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문제가 된 자료에는 회사 최첨단 기술인 3nm(나노미터) 공정 관련 기술도 포함돼 있었다. 초미세공정은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미국 인텔과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가장 치열하게 맞붙고 있는 전장이다. 검찰이 항소하면서 사건은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아울러 국내 협력업체로 이직을 준비하던 삼성의 또 다른 직원도 회사 핵심 정보를 담은 사진 수천 장을 보관하다 지난해 적발됐다. 마찬가지로 기소돼 지난달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반도체 업계 안팎에서는 미국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통제에 나선 뒤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며 중요 정보를 노린 탈취 시도가 부쩍 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임형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단순히 브로커를 통해 인재를 영입하거나 기밀을 몰래 빼내는 수법을 넘어 자본을 앞세운 강제 인수합병(M&A) 등으로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법무부도 16일(현지 시간) 애플 자율주행차 기술을 빼내 중국으로 도피한 전 애플 엔지니어 등 중국 기술 스파이 3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중국 국적의 엔지니어 왕웨이바오는 중국 기업에 채용되자 애플 퇴사 전 자율주행 기술 관련 기밀을 대거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리리밍은 미국 업체 두 곳에서 핵추진잠수함과 군용기 관련 기술이 담긴 파일 수천 개를 훔치다 체포됐다.
기밀 유출은 해당 기업 및 국가의 막대한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8∼2022년 국정원이 적발한 국내 산업기술 유출 사건은 93건으로 피해액은 25조 원(연구개발비와 예상 매출액을 반영해 추산)에 달한다. 이 중 국가핵심기술로 분류된 것은 33건이다. 분야별로는 반도체가 24건으로 가장 많았고 디스플레이(20건), 2차전지, 자동차, 정보통신(이상 7건) 순이었다. 국정원은 “클라우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다양한 경로로 기술을 유출하고 추적을 피하기 위해 ‘다크웹’을 활용하는 등 점점 고도화된 수법도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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