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엑스프라이즈와 佛 까르띠에가 반한 한국 스타트업은 어디?[스테파니]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8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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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테파니 독자 여러분. 동아일보 미래&스타트업팀 데스크를 맡고 있는 김선미 기자입니다. 최근 세계적 명성의 글로벌 창업경진대회들에서 한국 스타트업들의 승전보가 들려와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이달 10일 미국 ‘엑스프라이즈’는 ‘미래의 단백질 개발’ 부문 결승 진출팀 6곳을 발표했는데 국내 푸드테크 스타트업 ‘더플랜잇’이 여기에 포함됐습니다. 같은 날 프랑스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는 동아시아 지역 어워드 1등으로 국내 멘탈 케어 스타트업 ‘포티파이’의 문우리 대표를 선정했습니다. 두 창업경진대회는 어떤 대회이고, 한국의 스타트업들은 어떤 강점을 인정받고 있는 걸까요.
(스테파니는 ‘스’타트업과 ‘테’크놀로지를 ‘파’헤쳐보‘니’의 준말입니다.)

미국 엑스프라이즈 재단의 ‘엑스프라이즈-미래의 단백질 개발’ 부문 경진대회 이미지. 엑스프라이즈 홈페이지
미국 엑스프라이즈 재단의 ‘엑스프라이즈-미래의 단백질 개발’ 부문 경진대회 이미지. 엑스프라이즈 홈페이지

프랑스 럭셔리 기업 까르띠에가 후원하는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2023’ 이미지. 까르띠에 제공
프랑스 럭셔리 기업 까르띠에가 후원하는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2023’ 이미지. 까르띠에 제공


●엑스프라이즈의 선택…‘더플랜잇’의 대체 닭가슴살
엑스프라이즈는 미국의 기업가 피터 디아만디스가 1994년 만든 비영리재단입니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 세계적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 등이 이 재단의 이사로 참여하고 있어요. 인류가 당면하는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기술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같은 이름의 창업경진대회를 엽니다.

혁신의 대명사로 통하는 미국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엑스프라이즈를 후원하는 ‘큰 손’입니다. 2021년 지구의 날(4월 22일) 머스크는 총상금 1억 달러(약 1300억원)를 내걸고 엑스프라이즈에 4년짜리 장기 프로젝트 과제를 냈습니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하라’였는데요. 연간 1000t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100년 이상 격리하는 기술을 요구하는 과제입니다. 지난해 중간심사 수상자로 뽑힌 15개 팀이 각각 100만 달러(13억 원)를 받았고, 2025년 지구의 날(4월 22일) 발표되는 최종 우승자는 5000만 달러(665억 원)를 받게 됩니다.

일론 머스크가 총상금 1억 달러를 내건 엑스프라이즈 탄소포집 기술 경진대회 이미지. 엑스프라이즈 홈페이지
일론 머스크가 총상금 1억 달러를 내건 엑스프라이즈 탄소포집 기술 경진대회 이미지. 엑스프라이즈 홈페이지

엑스프라이즈는 현재 △생명 다양성 △기후와 에너지 △딥테크 △식량·물·폐기물 △건강 △교육 △우주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과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10일 결승 6개 팀을 발표한 식량 부문의 과제는 ‘XPRIZE Feed the Next Billion(엑스프라이즈는 미래의 10억 명을 먹여 살린다’입니다. 2050년 세계 인구는 90억 명으로 현재보다 약 10억 명 증가하고 고단백 식품에 대한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단백질 대체식품 공급이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과제입니다.

“육류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현재의 글로벌 먹이 사슬이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우리는 기존의 동물성 제품에 비해 더 영양가 있고 환경친화적이며 지속 가능한 대안을 필요로 합니다. 닭고기와 생선을 시작으로 식품의 미래를 형성하기 위한 혁신과 탐구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캐롤라인 콜타 엑스프라이즈 프로그램 책임자)

미 엑스프라이즈 재단과  카타르 어스파이어 재단이 후원하는 ‘미래의 단백질 개발’ 엑스프라이즈.
미 엑스프라이즈 재단과 카타르 어스파이어 재단이 후원하는 ‘미래의 단백질 개발’ 엑스프라이즈.


엑스프라이즈는 2020년 미래의 단백질 식품을 개발하는 이 경진대회를 시작해 올해 2월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에서 준결승을 치렀습니다. 전 세계 200여 개의 신청팀 중 심사를 거쳐 14개국 28개 팀이 준결승에 올랐고, 이번에 한국의 ‘더플랜잇’ 등 6개 팀이 결승팀으로 압축됐습니다. 최종 우승자는 내년 초에 가려질 예정입니다.

더플랜잇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연구원과 이롬의 생명과학 연구원을 거쳐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박사과정을 밟던 양재식 대표가 2017년 설립했습니다. 양 대표는 엑스프라이즈라는 4년 간의 장기 레이스에 왜 뛰어들었을까요. 그는 “식물성 고단백 식품을 만들어야 미래 세대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엑스프라이즈의 문제의식이 더플랜잇을 창업할 때 가졌던 생각과 일치해 참여했다”며 “결승전까지 치르게 돼 감격스럽다”고 합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좋은 먹을거리를 만들고 싶다”는 더플랜잇의 양재식 대표. 더플랜잇 제공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좋은 먹을거리를 만들고 싶다”는 더플랜잇의 양재식 대표. 더플랜잇 제공

올해 2월 아부다비에서 열린 엑스프라이즈 준결승은 뭘 어떻게 심사한 걸까요. 양 대표는 말합니다. “실제 닭가슴살과 크기, 영양, 식감이 90% 이상 같아야 했습니다. 식품과학자와 유명 요리사로 이뤄진 심사위원 8명이 대체육을 심사했어요. 다른 양념은 하지 않고 구워서 소금만 뿌려 내면 심사위원들이 맛을 보는 과정이었습니다. 저희는 캐슈넛 등 견과류와 콩단백질 등으로 실제 닭가슴살의 맛을 구현했어요. 내년에 열릴 결승전은 식품 양산에서 판매까지 기술적 측면과 구현 가능성을 전반적으로 평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2월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엑스프라이즈 준결승전의 참가자들.  뒷줄 오른쪽에서 다섯 번째가 이 대회에 참석한 더플랜잇의 양현정 연구원.  더플랜잇 제공
올해 2월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엑스프라이즈 준결승전의 참가자들. 뒷줄 오른쪽에서 다섯 번째가 이 대회에 참석한 더플랜잇의 양현정 연구원. 더플랜잇 제공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700만 달러(약 91억 원), 2등은 200만 달러(26억 원), 3등은 100만 달러(13억 원)를 받게 됩니다. 엑스프라이즈 재단의 피터 디아만디스 대표는 ‘엑스프라이즈가 상금을 내건 경진대회를 여는 이유’를 이렇게 밝힙니다. “인간 정신의 가장 강력한 유인인 ‘중요해지고 싶은 욕구’를 십분 활용하는 전략이다.”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의 선택…포티파이의 ‘마인들링’
10일 프랑스 파리 살 플라옐 극장에서 열린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시상식에는 국제 인권 변호사이자 ‘정의를 위한 클루니 재단’의 공동 창립자인 아말 클루니가 흰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개회사를 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여성’이기도 합니다.

“저의 목표는 모두를 위한 평등한 정의입니다. 저는 변호사로 일하면서 여성의 권리를 증진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여성의 경제적 평등이 달성되면 세계 경제에 12조 달러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여성의 역량 강화에 사용되는 자선 보조금의 비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한 게 현실입니다.”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개회사를 한 아말 클루니. 까르띠에 제공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개회사를 한 아말 클루니. 까르띠에 제공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는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까르띠에’가 후원하는 창업경진대회입니다. 2006년 시작해 올해 16회를 맞았습니다. 까르띠에가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비즈니스 스쿨과 파트너십을 맺고 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주도할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가들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시릴 비네론 까르띠에 최고경영자(CEO)는 말합니다. “까르띠에에 있어 여성은 끝없는 영감의 원천으로 언제나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까르띠에는 더욱 평등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한계를 뛰어넘는 여성들을 지지하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로고. 까르띠에 제공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로고. 까르띠에 제공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는 전 세계 9개 지역 어워드와 두 개의 특정 주제 어워드(과학기술 선구자 부문, 다양성·공정성·포용성 부문)로 신청을 받습니다. 11개의 어워드마다 1~3등 수상자를 발표하는데요. 1등은 10만 달러, 2등은 6만 달러, 3등은 3만 달러를 받습니다. 그런데 상금보다 어쩌면 더 값진 걸 받습니다. 세계적 경영대학원인 인시아드의 기업가 정신과 리더십 교육, 까르띠에의 맞춤형 멘토링과 네트워킹 기회 등이 주어집니다.

이번에 동아시아 지역 어워드 1등을 받은 ‘포티파이’의 문우리 대표는 서울대 의대를 나와 분당서울대병원 전문의를 거쳐 정신건강 진단과 치료를 돕는 스마트폰 앱 ‘마인들링’을 2020년 개발했습니다. 올해 1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박람회인 미국 CES에서 혁신상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에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까지 받았습니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맞춤형 심리 치료를 제공하는 ‘마인들링’이 지친 현대인들을 달래준다는 평가입니다.

국내 멘탈케어 스타트업 ‘포티파이’의 문우리 대표가 올해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동아시아  지역 어워드 1등을 수상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까르띠에 제공
국내 멘탈케어 스타트업 ‘포티파이’의 문우리 대표가 올해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동아시아 지역 어워드 1등을 수상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까르띠에 제공

문 대표에 앞서 이 대회는 한국인 결선 진출자 5명을 배출했습니다. 친환경 웨딩 서비스와 디자인을 제공하는 ‘대지를 위한 바느질’의 이경재 대표(2010년), 업사이클링 패션제품을 만드는 ‘REBLANK’의 채수경 대표(2010년), 마늘로 만든 친환경 접착제를 생산하는 JR Co.의 이진화 대표(2013년), 효소 발효 초컬릿을 만드는 ‘황후’의 장지은 대표(2014년), 제로 웨이스트 디자인 제품을 만드는 ‘공공공간’의 신윤예 대표(2017년)입니다.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인 2014년에 이 대회를 취재하면서 황후의 장지은 대표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지방 전문대를 나와 2010년 자본금 1000만 원으로 회사를 차렸던 장 대표는 당시 “와인과 치즈 등 발효의 대가인 프랑스인들이 관심을 보여 자신감을 얻었고 국제적 인맥을 갖게 돼 돈으로 살 수 없는 귀중한 것들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2024년 에디션은 다음달 30일까지 이 행사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도전은 가슴이 뛰는 일이죠 . 가슴이 시키는 그 도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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