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9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저축은행권이 수익성 제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빠져나가는 예금을 막기 위해 수신금리를 높이고 유상증자도 잇달아 단행하는 모습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에 공시된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12개월 평균금리는 이날 기준 연 3.95%로 집계됐다. 2달 전 3.74%에서 0.21%포인트 오른 수치다.
페퍼 등 6개 저축은행은 최고 4.50%의 금리를 제공한다. 연 4.40% 이상인 상품은 26개로 나타났다. 금리가 4%를 넘는 정기예금은 최근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앞서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발맞춰 예금금리를 높이며 자금을 조달해왔다. 이후 비싸진 자금조달 비용 부담에 수신금리를 낮추면서 지난해 말 5%대에서 올해 1분기 3%대로 떨어졌다.
시중은행 대비 이자 경쟁력이 줄어들자 고객이 맡긴 돈은 빠른 속도로 비어가고 있다.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지난해 12월말 120조2384억원에서 올해 3월 116조431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들어 3개월 만에 4조1953억원 규모가 빠져나갔다.
이에 저축은행들은 다시 수신금리를 올리는 중이다. 업계는 올 1분기 6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며 2014년 이후 9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앞서 지난해 급격히 올린 수신금리로 인한 조달비용 증가와, 부실에 대비해 쌓는 대손충당금 적립을 늘린 영향이 컸다. 하지만 최근 빠르게 비어가는 곳간에 저축은행들은 여신자금 조달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예금금리를 인상하는 상황이다.
자기자본을 늘리기 위한 유상증자도 잇달아 단행하고 있다. 한국투자, 애큐온, 대신, 동양, 머스트삼일, 대아상호, 진주 등은 지난해 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금융당국 권고 기준인 11%를 하회한 곳들이다. 업계 평균은 13.2% 수준이다.
대신저축은행은 지난해 모회사인 대신증권에서 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지원받았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지난 3월 한국금융으로부터 4200억원을 수혈했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이달 애큐온캐피탈에서 500억원의 유상증자 참여가 단행됐다. 이 같은 모기업의 저축은행 자회사 지원에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최근 캐피탈사와 저축은행의 영업환경이 비우호적인 가운데 지원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재무안정성에 부정적”이라며 “애큐온저축은행은 공격적인 대출 취급으로 대출채권이 최근 3개년 평균 41% 증가한 바 있다. 업권 평균 21%에 비해 영업 확대 폭이 매우 컸는데, 실물경기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잠재위험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애큐온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저하되는 추세”라며 “올해 1분기 당기순손실 63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 저하가 나타나고 있다. 앞서 2021년 6월에도 500억원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으나 당시 자본적정성 개선폭은 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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