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서대문구 우동 카덴에서 만난 정호영 셰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셰프는 저비용항공사(LCC) 에어서울과 함께 국적 항공사 최초로 기내식 우동을 개발했다. 에어서울이 일본 사누키 우동의 본 고장인 다카마쓰에 단독 취항하고 있다는 점도 기내식 우동을 개발하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우동 및 일식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가로 평가받는 정 셰프도 지상과는 다른 환경의 비행기에서 먹는 우동 개발에는 진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기내에서는 물을 끓여서 우동 면을 삶기 어렵다. 화상이나 화재 등의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국물 있는 우동 기내식은 만들기 쉽다. 그런데 승무원들은 무엇보다 안전을 책임지는 분들이다 보니 뜨거운 물을 사용하다 다치면 절대 안 된다”며 “지상에서 면을 삶아서 기내에서 제공하되, 소스에 비벼 먹는 우동이 승객과 승무원 모두에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방향성은 정해졌지만 이것 역시 쉽지 않았다. 항공기는 지상보다 기압이 낮고 온도가 낮다. 미리 면을 삶아서 기내로 가져가면, 면이 붙거나 불어 있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정 셰프는 기내에서도 면발을 쫄깃하고 윤기 있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 마련에 심혈을 기울였다. 정 셰프는 “정말 별것을 다 했다. 수많은 종류의 면을 사용해보고, 이것도 넣어보고 저것도 넣어봤다”며 “지상에서는 오일을 넣었을 때 가장 적합했는데, 기내로 가니 지상과는 또 달랐다”고 말했다.
결국 수 개월간의 실험 끝에 오일과 양배추를 이용해 윤기와 수분 잡기에 성공했다. 정 셰프는 “수란이 들어가는데, 신선하게 유지될 수 있는 달걀을 찾는 것도 일이었다”며 “버터랑 고기 등도 고급 재료를 써야만 맛이 나더라. 우동을 팔아도 남는 것이 별로 없다”며 웃었다. 에어서울이 출시한 기내식 우동은 △통통 새우살 샐러드 우동(1만8000원) △간장계란버터 우동(1만8000원) △고기 마제 우동(1만8000원) 3가지다.
정 셰프를 비롯해 에어서울 직원들은 지상과 기내에서 수십 번 기내식 우동 테스트를 했다. 기내에서는 기압과 온도 등의 이유로 미각이 지상과 달라진다. 감기에 걸렸을 때 미각이 둔해지는 것처럼 감각이 무뎌진다. 짠 음식도 기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싱겁게 느껴진다.
이에 에어서울은 승객들의 다양한 기호를 반영해 소스도 조절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승객에 따라선 싱거울 수 있으니 소스를 더 줘야 한다”는 승무원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면의 양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와 중량도 150g에서 200g으로 늘렸다.
정 셰프는 “비빔 소스가 남을 수 있어서, 찍거나 비벼 먹을 수 있도록 일부 우동 메뉴에는 삼각김밥을 추가했다. 맥주 등의 음료랑 어울리는 메뉴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기내식도 기내의 경험도 여행의 연속이다. 기내식으로 인해 더 풍성한 여정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정 셰프와 에어서울은 수익금의 일부를 결식아동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에어서울 기내식 우동은 에어서울의 모든 국제노선에 제공되며, 탑승 48시간 전에 사전 주문을 해야만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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