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이어 25일 또 하향조정 예상
반도체 회복-中리오프닝 효과 지연
세수도 덜 걷혀 경기살릴 실탄 부족… 정부, 예산불용 대응 방안 검토 나서
금통위, 기준금리 3연속 동결할 듯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소비 회복세가 둔화하면서 정부와 한국은행이 기대를 걸었던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저조 하반기 상승)’ 시나리오가 갈수록 힘을 잃어가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올해 국세 수입이 줄며 곳간이 비어가자 ‘불용(不用)’ 카드를 검토하면서 하반기 성장 전망은 더 어두워졌다. 한국은행은 25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1.5% 수준으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지난달 이후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5% 이하로 내려 잡았다. 지난달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국제통화기금(IMF)은 나란히 1.5%를 제시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달 3일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기존 1.4%에서 1.1%로 하향 조정했다. 이달 9일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한 한국금융연구원은 1.3%로 국내 주요 기관 가운데 가장 낮은 전망치를 내놨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4월 회의 직후 의결문에서 “올해 성장률은 2월 전망치(1.6%)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망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전망치 하향 조정을 암시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로 제시했던 한은은 올해 2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1.6%로 전망치를 낮췄다.
시장에선 한은이 올해 성장률을 또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며, 기존 전망치를 0.1∼0.2%포인트 낮춘 1.4∼1.5%를 제시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IT)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데다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따른 국내 파급 효과도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올해 상반기(1∼6월) 경상수지를 44억 달러 적자로 예상했는데 1분기(―44억6000만 달러)에 이미 전망했던 상반기 적자 규모를 넘어섰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한국은 올해 중후반까지 지지부진한 경기 흐름이 예상된다”며 “올해 성장률이 0.8%에 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지출을 늘려 경기 방어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올해 대규모 ‘세수(稅收) 펑크’가 불가피해 경기를 살릴 실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체 예상 세수 가운데 실제로 걷힌 세금의 비율을 뜻하는 세수 진도율은 올 들어 3월까지 21.7%로 2000년 이후 가장 낮다. 올 1분기(1∼3월) 국세 수입은 87조1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4조 원 덜 걷혔다.
세수에 비상등이 켜지면서 정부는 올해 세수 부족을 예산 불용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편성한 예산을 쓰지 않는 불용으로 세출을 인위적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세수 부족에 불용으로 대응하는 건 2013, 2014년 이후 약 10년 만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하반기 정부 지출이 줄어든다면 당연히 성장에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은 금통위는 25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연 3.5% 기준금리를 유지해 2월과 4월 회의에 이어 3연속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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