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지난달 평균 0.304%
1년전보다 0.118%P 상승
고금리 여파 건전성 ‘빨간불’
카드론 잔액도 늘어 3월 34조
고금리의 여파로 시중은행의 연체율이 상승세를 이어가며 가계부채와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저축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의 연체율도 급등했고, 경기 둔화에 따라 저신용자들의 카드론 대출 잔액도 늘어나고 있다.
● 시중은행 연체율 3∼5년 만에 최고치
22일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4월 말 원화 대출 연체율은 평균 0.304%로 나타났다. 3월 0.272%였던 것과 비교하면 0.032%포인트 오른 것으로, 지난해 4월(0.186%)보다는 0.118%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5대 은행의 4월 신규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 비율도 일제히 올랐다. 신규 연체율은 평균 0.082%로, 올해 3월과 작년 4월보다 각각 0.008%포인트, 0.04%포인트 높아졌다. 고정이하여신 비율(0.268%)도 올해 들어 0.046%포인트가 상승했다.
은행별 내부 집계에 따르면 현재 연체율 등은 3∼5년 만에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A은행의 4월 가계대출 연체율(0.32%)은 2018년 4월 이후 최고치다. B은행의 4월 가계·기업 합산 전체 연체율은 0.37%로 2020년 3월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다.
시중은행의 연체율이 하반기에 더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 금리가 급등하면서 이에 따른 상환 부담이 올해 2분기(4∼6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준금리가 당분간 인하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제2금융권 연체율은 더 불안
상대적으로 중·저신용자들의 대출이 몰리는 2금융권의 연체율은 더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업계의 올해 1분기(1∼3월) 연체율은 5.1%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말 3.41%였던 연체율이 석 달 만에 1.69%포인트 상승했다. 5%를 웃도는 연체율은 2016년 말(5.83%) 이후 6년여 만에 처음이다.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5.1%로, 지난해 말(4.04%)과 비교했을 때 1%포인트 이상 올랐다.
올해 1분기 카드사의 연체율은 대부분의 업체가 1%를 넘겼다. 국내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연체율은 1.37%로 2019년 3분기(7∼9월·1.4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카드론 이용 금액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카드사들의 카드론 잔액은 34조1210억 원으로, 지난해 말(33조6450억 원)보다 5000억 원가량 늘었다. 카드론 이용자는 다중채무자인 경우가 많아 연체로 인한 부실이 다른 금융사까지 전이될 우려가 크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개 카드사의 올해 4월 리볼빙 잔액도 7조1729억 원으로 1년 전(6조2740억 원)보다 1조 원 가까이 늘었다. 리볼빙은 일시불로 물건을 산 뒤 카드 대금의 일부만 먼저 결제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갚는 서비스로, 서민들이 급전을 마련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로 이용된다.
다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자영업자 대출 등의 연체율 상승이 금융권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최근의 연체율 상승은)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정책의 불가피한 측면”이라며 “(연체율이) 아직 낮은 수준이고, 금융위기라고 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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