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머스크 면담때 인센티브 제시
부지제공-현금지원 등 대거 제안
印尼-태국 등 경쟁국 비해 조건 불리
전문가 “규제-노사분규 해법 더해야”
한국 정부가 미국 테슬라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최대 25%의 투자세액공제를 포함한 ‘인센티브 종합 선물세트’를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테슬라 등 글로벌 전기차 공장 유치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인도네시아, 태국, 인도 등에 비해 세금 감면 혜택을 포함한 지원 규모가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는 22일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실을 통해 6쪽 분량의 ‘코리아 포 더 넥스트 기가팩토리’ 책자 내용을 입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직접 전달한 책자다.
윤 대통령은 당시 국내 투자 후보지 38곳을 소개하면서 한국 투자의 이점을 강조했다. 핵심은 전기차 설비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가 대기업 기준으로 25%에 이르고, 외국인직접투자액의 최대 50%에 대한 현금 지원이 이뤄질 것이란 내용이다. 또 외국인투자촉진법을 통해 최대 50년까지 부지 임대가 가능하고, 지자체에 따라 최대 100%까지 임대료 감면이 가능한 점도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글로벌 배터리 회사가 세 곳이나 있다는 것도 매력으로 제시됐다.
한국의 전기요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82.8%(2021년 기준) 수준인 것도 책자에 담겼다. 다만 한국 전기요금은 2021년 kWh(킬로와트시)당 105.5원에서 이달 16일 기준 154.6원으로 46.5%가 올랐다.
업계에서는 가장 큰 유인책인 세금과 현금 지원이 머스크의 결정을 이끌어낼 만큼 강력하진 않다고 입을 모은다. ‘협소한 내수시장’ ‘빈번한 노사 분규’ ‘광물 자원 부재’ 등 불리한 투자 여건을 뒤집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투자세액공제는 올해 투자 금액에 대해서만 25%일 뿐, 내년부터는 15%가 적용된다. 또 외국인이 연구개발(R&D)·인건비 등에 투자한 금액의 최대 50%를 현금으로 지원하는 혜택도 ‘정부 예산 한도 내’라는 조건이 달려 있다. 올해 기준 예산은 500억 원이고, 보통 매년 10여 개 기업이 해당 인센티브를 신청해 나눠 가진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최대 20년간 법인세를 100% 면제해주고 이후 2년간 50% 감면 혜택을 준다. 전기차 판매에 대한 부가가치세도 11%에서 1%로 인하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인도네시아는 테슬라 공장 유치 유력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장윤종 한국개발연구원(KDI) 초빙연구위원은 “한국은 내야 하는 세금의 일부를, 투자금에 비례해 공제해주는 식인데 인도네시아는 장기간 법인세를 아예 면제해 주는 것”이라며 “조세 혜택 측면에서 볼 때 인도네시아 쪽의 투자 조건이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태국 역시 50억 밧(약 1900억 원) 이상 투자 시 8년 이상 법인세를 면제해 준다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인도도 국내 생산 전기차와 관련해 약정된 만큼 매출이 증가하면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4∼6년간 인센티브로 지급해 준다. 전기차 통합 간접세도 인하한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태국이나 인도네시아의 경우에는 외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파격적인 제안을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가 걱정하는 한국의 시장 규제나 노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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