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로 소비심리가 위축된데다 지난해 2분기 거둔 역대급 호실적이 역기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고,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수도광열비 등 고정비 증가가 불가피해 2분기 실적개선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롯데쇼핑(023530) 롯데·신세계(004170)·현대백화점(069960)의 전년동기 대비 해외유명브랜드(명품, 각사 분류 기준) 매출은 0.6% 줄었다. 2015년 1분기(-0.8%) 이후 8년 만의 마이너스다.
명품 매출은 코로나19를 거치며 2020년 2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전년동기비 두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다 지난해 4분기(8.4%)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내려온 데 이어 올 1분기엔 감소를 기록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분기 기준 해당 매출동향 수록이 시작된 2008년 1분기 이래 백화점 3사 명품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감소한 건 올 1분기 포함 4번뿐이다.
이들 백화점 명품 매출 비중은 20%대로, 명품 매출 감소는 실적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고물가·고금리로 소비여력이 떨어진 가운데 불황형 소비가 확산하며 2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해 2분기 롯데백화점이 선전하고, 신세계·현대백화점도 주력인 백화점사업 호조로 각각 2분기 기준 역대 최대실적을 거둔 것도 올 2분기 역기저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16일부터 인상된 전기·가스요금은 수도광열비 등 고정비 증가로 이어져 실적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연결 기준 1분기 수도광열비는 롯데쇼핑 926억원, 신세계 258억원, 현대백화점 213억원으로 3사 모두 직전 분기보다 20% 넘게 늘어났다.
2분기 실적엔 세 부담도 작용한다. 종합부동산세가 6월1일 기준으로 부과돼 2분기를 기준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해당 분기 재무제표에 반영돼서다. 세금이 많이 나오면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이 갈 수 있다.
백화점들은 명품 매출을 끌어올리려는 행보와 함께 매장 리뉴얼도 단행한다.
롯데백화점은 정기휴점일인 전날(22일) 본점과 잠실점, 부산본점, 동탄점, 인천점에서 일제히 비공개로 우수고객 초청행사를 열어 VIP 잡기에 나섰다. 점포별 유명 아티스트를 초대해 라이브 드로잉 쇼를 진행하고 추첨을 통해 현장에서 완성작을 선물로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6월2일엔 본점에 셀린느 남성매장을 여는 등 브랜드도 확대한다.
신세계백화점은 내달 본점 본관 에르메스 매장을 복층으로 확대한다.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점 ‘하이퍼그라운드’에 이어 하반기 강남점 영패션 전문관을 새단장해 MZ수요도 잡을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광주신세계 백화점을 리뉴얼해 호남 최초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입점시킬 계획도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매출 1위’ 판교점의 해외 럭셔리를 강화해 실적개선을 도모한다. 3월 해외패션관을 새로 연 판교점엔 가브리엘라 허스트, 크리스찬 루부탱 등이 새로 입점했고 이달 영국 명품 주얼리 그라프가 문을 열었다. 상반기 메종 마르지엘라, 에르노 등 럭셔리 수입의류 브랜드 순차 오픈과 함께 하이엔드급 수입 럭셔리 MD보강에도 나선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로 명품 수요가 이전보다 줄었다 해도 백화점 전체 실적에 명품이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매출에 손 놓고 있을 순 없다”며 “VIP 대상 마케팅 등을 강화하면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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