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데리(배터리)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가 활동 중단을 선언하며 자신을 믿고 따랐던 개인투자자들과 금양을 비롯한 K-배터리 기업, 그리고 정부를 포함한 대한민국 전체에 서운함을 표하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22일 유튜브 채널 ‘서정덕TV’에는 ‘무거운 멍에를 내려놓고자 합니다’란 제목으로 박 전 이사의 입장을 대신 전하는 영상이 게재됐다. 박 전 이사는 “안녕하십니까. 저는 안녕하지 못하다”는 말로 인사를 전하며 영상 내내 격앙된 표현을 통해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지난 1년여간 ‘월화수목금금금’의 고된 생활을 하며 고군분투했다”며 “금양으로부터 받는 월급의 10배만큼 값을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한국의 2차전지 산업 발전과 대한민국 미래에 공헌한다는 사명감으로 버텨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노력으로 큰 혜택을 입은 네 주체를 조목조목 짚어나갔다. 그는 먼저 개인 투자자들이 자신 덕분에 K-배터리의 우수성에 눈을 떠 많은 돈을 벌게 됐다고 했다. 또, 본인이 재직했던 금양은 1년여 만에 시가총액이 무려 16배나 증가했다며, 금양이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 약 1100억원 가치의 200만주는 이제 몽골 광산 회사 지분을 인수하는데 쓰이게 됐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이어 국내 배터리 기업들 역시 자신이 일으킨 K-배터리 투자 열풍으로 주가 상승의 혜택을 입었으며, 그로 인해 기업 설비 증설 및 해외 시장 개척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또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가 자신의 은혜를 입었다며 “누구도 저의 활약을 부정할 순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그는 “옛말에 은혜를 모르는 자, 금수만도 못하다고 했다. 지금 금수보다 못한 자들이 많다”며 자신에게 은혜를 입었다고 주장한 모두를 향해 질타를 쏟아냈다.
그는 자신을 열렬히 지지하며 2차전지주로 돈 번 개미투자자들에게 “고작 댓글에 ‘배터리 아저씨 응원해요, 사랑해요’ 몇 자 적고 할 일을 다했다고 착각하냐”며 냉정하게 쏘아붙였다.
또 금양이 금감원과 거래소 등의 외압에 못 이겨 자신의 사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하며 “금양의 한 임원이 사퇴 이틀 뒤에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로 책정된 2만주를 받고 싶다면 자중하라는 압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었다”고 했다.
아울러 K-배터리 기업들에도 “내가 가져다준 혜택 다 받아먹고, 내가 곤경에 처했는데 누구 하나 나서주는 기업이 없다”며 “참으로 땡땡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박 전 이사는 정부에게도 “왜 남일 보듯 하냐”며 비판의 열을 올렸다. 그는 “중국 배터리 찬양론자들이 금감원, 거래소와 손잡고 K-배터리 산업을 도륙 내고 있다”고 주장하며 “공무원들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위협받고 있는데도 책상 위 펜대나 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50 넘은 나이에 직장에서 잘리고, RSU 2만주도 사라졌으며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대한민국 미래에 많은 공헌을 하게 된 것은 정말 스스로 뿌듯하지만 그 혜택은 다른 이들이 다 누리고 저에게는 핍박만 가해지는 이런 현실에서 이제는 ‘배터리 아저씨’ 활동을 그만두고자 한다”며 씁쓸하게 인사를 전했다.
한편 금양은 박 전 이사가 기업의 주요 경영 사안인 자사주 매각 사실을 공시 전 유튜브에서 미리 누설하며 공시의무를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고, 지난 16일 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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