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핀란드 국적사 핀에어가 한국인 객실 승무원 비율을 50%까지 확대키로 하면서 채용 공고를 올렸더니 지원자가 4000명가량 몰렸다.
기존 ‘인천~헬싱키’ 노선에 총 8명의 객실 승무원 중 한국인 객실 승무원을 2명 투입했으나, 당장 7월부터 4명으로 늘리기 위해서다.
현재 한국인 승무원은 35명. 여기에 추가로 모집하는 인원은 단 20명으로 이번에 공고에 지원자가 몰리면서 최종 선발되는 승무원은 무려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게 된다.
김동환 핀에어 한국지사장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에서 “이번 채용은 헬싱키 노선을 이용하는 한국인 비중이 높은 만큼 이에 마땅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핀에어는 지원 조건이며 근무 여건도 까다롭지 않기로 이름이 나 있는 항공사다. 이번 채용도 신입·경력 구분 없고 나이 제한이 없다. 경력자는 대면 서비스 2년 경력이 조건인데 항공사 서비스가 아닌 카페, 편의점 근무여도 된다.
물론, 외항사의 필수 조건인 영어 능통자여야 하며 에어버스 A-350 대형 기종에서 근무해야 하는 만큼 키는 163cm를 넘어야 한다.
김 지사장은 “한국인 승무원은 한 달에 1.5회 근무하게 되는데 오직 ‘인천~헬싱키’ 노선만 비행하게 된다”며 “좋은 근무 환경은 곧 좋은 서비스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 헬싱키 공항에 한국어 표기…핀에어 작품
핀에어는 ‘한국 친화적’인 해외 항공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기내식 메뉴 한국인이 좋아하는 김치, 고추장을 포함한 불고기를 제공하며 일정 주기로 메뉴를 변경한다.
한국 현지화 전략 중 하나로 마일리지를 백화점 상품권으로 교환해주는 ‘핀에어 플러스’도 한국인 승객들에게 반응이 꽤 좋은 편이다. ‘인천~헬싱키’ 노선 1회 이용만으로도 최소 1만5000원에서 15만원 상품권을 교환할 수 있는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다.
기내뿐 아니라 공항에서도 현지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럽 공항 최초로 헬싱키 반타 국제공항 내 한국어 표지판을 설치하고 공항 내 한국어 안내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 배경엔 김 지사장의 노력이 있었다.
김 지사장은 “2008년 6월 ‘인천~헬싱키’ 노선 취항할 때 헬싱키 공항과 논의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한국어 표지판과 전자 안내판을 필수로 설치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사실 한국은 일본, 중국 대비 노선 수나 승객 수가 훨씬 적기 때문에 한국어 표지판 설치가 당연한 것은 아니였다”고 말했다.
김 지사장의 노력 끝에 한국어 표지판을 설치하게 됐는데 여기서 웃지 못할 헤프닝도 생겼다.
그는 “직접 표지판을 한국어로 번역해서 엑셀 파일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표기가 궁서체와 굴림이 섞여져서 보내지게 됐는데 공항에서 그대로 표지판을 반영했다”며 “10년가량 글꼴이 뒤섞였던 한국어 표지판은 최근 공항 리노베이션 이후 재정비 됐다”고 말했다.
헬싱키 공항에선 한국어가 능통한 직원도 상시 근무 중이다.
◇ 100주년 맞는 핀에어…유럽으로 가는 가장 빠른 항공사
핀에어는 최근 한국에서도 크게 사랑받는 인기 캐릭터 ‘무민’(Moomin)으로 래핑한 A350 항공기 두 대를 장거리 노선에 투입했다. 올해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특별 이벤트다.
100주년 이벤트는 올해 주욱 이어질 예정이다. 4월부터 신규 기내 와인 2종(레드·화이트)과 보드카를 포함한 주류 서비스를 선보였다.
와인 라벨은 핀란드 대표 그래픽 디자이너 에릭 브룬(Eric Bruun)이 디자인한 1950~60년대 핀에어 포스터에 영감을 받아 제작했고 보드카의 경우 핀란드 주류회사 ‘큐로 디스틸러리’와 협업해 생산했다.
이외에도 100주년 기념 침구 및 식기류, 기념 우표 등 다양한 기념품을 조만간 선보인다.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 한 깜짝 이벤트도 11월 중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김 지사장은 “무엇보다 ‘100년 무사고’ ‘높은 정시 운항률’ ‘유럽으로 가는 가장 빠른 항공사’ 등 기존 핀에어의 가진 강점을 다시 알리는 데 힘쓸 것”이라며 “한 번 이상 핀에어를 경험한 승객들은 한국인에 대한 편리성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에 다시 핀에어 이용할 거라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참고로 ‘인천~헬싱키’ 노선은 러시아 영공 우회 전까지 인천 출발의 경우 8시간 30분, 헬싱키 출발은 7시간 3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현재는 각 13시간 30분, 11시간 30분으로 늘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뤄진 ‘김해(부산)~헬싱키’ 취항도 반드시 이뤄지길 바란다”며 “영남 지역의 한국인 여행객들 헬싱키를 쉽게 닿을 수 있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한편 핀에어에 따르면 ‘인천~헬싱키’ 노선은 매일 1회 운항 중이며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가용 좌석은 97% 복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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