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안 줄인 주4일제 실험, 생산성이 성패 갈랐다 [딥다이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5일 03시 00분


도입 열달째 휴넷 “직원 94% 만족”
고강도 업무개선 통해 실적도 호조
英선 시범운영 93%가 “본격 시행”
실적 꺾인 일부 기업은 주5일 유턴

온라인 교육기업 휴넷은 지난해 7월 1일부터 공식적으로 주 4일제를 시행 중이다. 일부 고객 접점 부서를 제외한 모든 직원은 월~목요일 근무하고 금~일요일 쉰다. 휴넷 제공
온라인 교육기업 휴넷은 지난해 7월 1일부터 공식적으로 주 4일제를 시행 중이다. 일부 고객 접점 부서를 제외한 모든 직원은 월~목요일 근무하고 금~일요일 쉰다. 휴넷 제공
일주일에 하루 덜 일하는 주 4일 근무제. ‘꿈의 직장’이란 부러움을 받지만 자칫 기업 생산성을 떨어뜨리거나 비용 절감 수단이 될 거란 걱정이 나온다.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가 현실에서 정착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국내외에서 진행하는 실험에서 그 답을 알아봤다.

● 주 4일제, 생산성 향상이 필수

온라인 교육기업 휴넷에서 일하는 최동영 팀장은 정해진 근무시간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해서 미리 할 일을 점검한다. 지난해 7월 회사가 주 4일제로 전환한 뒤의 생긴 습관이다. 금요일 쉬는 대신에 월∼목요일에 더 바쁘게 일해야 하지만 만족도는 높다. 그는 “아기를 봐주시던 시부모님이 주 4일제를 가장 반기신다”며 “근무일이 줄었지만 챗GPT 같은 업무 툴 활용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더 몰입해서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휴넷은 임금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금요일 쉬는 주 4일제를 지난해 7월 1일 공식 도입했다. 초기엔 대면 영업을 하는 부서의 걱정이 컸다. 일부 관리자들은 “팀원 관리만 어려워진다”며 도입에 반대했다.

10개월이 지난 지금, 직원 만족도는 최상으로 나타났다. 최근 설문조사 결과 주 4일제로 삶의 질이 향상됐다는 응답이 94.1%에 달했다. 대면 업무 부서는 금요일 대신 여러 요일에 나눠 쉬는 식으로 새 제도에 적응했다.

조영탁 휴넷 대표는 “주 4일제는 직원 복지가 아닌 생산성 향상의 도구”라고 강조한다. ‘100% 급여를 주고 80% 근무 시간으로 100% 성과를 낸다’는 100-80-100 원칙이다. 이를 위해 주 4일제 도입과 함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진행 중이다.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중요도가 낮은 일은 과감히 버리고, 관습적으로 하던 회의는 없앴다.

직원들은 자연히 업무시간은 바빠졌고 저성과자에겐 냉정해졌다. 동료평가에서 일은 안 하면서 주 4일제만 누리는 ‘무임승차자’에 대한 견제가 강해졌다. 그래서 생산성은 올랐을까. 현재까지 경영 실적은 더 좋아졌다. 문주희 휴넷 인재경영실장은 “직원들이 조직 운영을 고민하며 스스로 답을 찾아간 덕분”이라며 “기존과 똑같이 일해서는 주 4일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주 4일 실험 해외 기업 93%는 ‘유지’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의 효과는 지난해 하반기 영국과 호주에서 진행한 실험에서도 확인된다. 비영리단체 4데이위크글로벌(4 Day Week Global)과 케임브리지대 등이 주도한 6개월의 주 4일제 파일럿 프로그램엔 영국 기업 61곳과 호주·뉴질랜드 기업 26곳이 참여했다. 임금은 이전과 똑같이 유지하고, 어느 요일에 쉴지는 기업 사정에 따라 선택했다.

이 실험에서 근무일 단축이 직원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했다. 영국의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직원은 ‘번아웃’이 줄었고(71%), 일과 가정 사이 갈등이 감소했고(54%), 삶에 대한 만족도는 증가했다(73%)고 답했다.

참여 기업의 93%(81개 기업)는 실험이 끝난 뒤에도 주 4일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근무일을 줄였지만 생산성은 유지됐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기간 동안 참여 기업의 평균 매출은 1.4% 증가했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브렌던 뷔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프로젝트 시작 전 ‘근무시간 감소를 상쇄할 만큼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을 것이란 의심이 컸지만 바로 그것(생산성 향상)을 발견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근무시간을 줄이는 대신 직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일하는 방식도 개선한 결과다. 참여 기업은 회의 시간을 단축하고, 집중근무 시간을 도입하고, 제조 공정을 분석해 시간 절약 방법을 찾았다. 뉴질랜드 엔지니어링 기업 브레비티 설립자 매슈 비숍은 “일주일에 하루 더 쉴 수 있다는 동기가 부여되자 직원들이 알아서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프로세스를 개선했다”며 “집중력을 높인 결과 기대치를 뛰어넘는 성과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100-80-100 원칙이 여기서도 통했다.

● 80% 근무시간, 100% 생산성

성공적인 실험 결과가 쌓이고 있지만 주 4일제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다. 2019년 주 4일제를 도입했던 교육기업 에듀윌은 논란 끝에 올해 3월부터 일부 부서를 주 5일제로 전환했다. 경영 악화로 실적이 꺾이면서 비상경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레스토랑, 소매업, 의료서비스처럼 주 4일제 도입이 쉽지 않은 분야도 있다. 시간 단위로 근무량이 측정되기 때문에 ‘주 4일제=임금 손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공장을 가동하는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결국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느냐의 관건은 생산성이다. 4데이위크글로벌 설립자인 앤드루 반스가 “근무시간 단축의 여정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업과 직원 간의 협약”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비효율을 찾고, 근무하는 시간이 아닌 산출물에 집중하라”는 단순하지만 간단하진 않은 조언이다.

#주4일제 실험#생산성#성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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