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호로 참여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식사’가 25일 열린다.
4대 그룹은 지난 2017년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후 전경련을 탈퇴한 뒤 지금까지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전경련 주도 행사에 4대 그룹 관계자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며 4대 그룹의 전경련 복귀 가능성이 주목된다.
전경련은 이날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MZ세대 30명을 초대해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으로 불리는 ‘갓생 한 끼’를 진행한다. 이 자리에는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박재욱 쏘카 대표, 방송인 노홍철이 참석한다.
이 행사의 MZ세대 참석자는 돈(경매)이 아닌 사회를 위한 재능기부 계획으로 뽑았다. 이는 미국판 버핏과의 점심과 다른 점이다. 전경련은 우리 사회에 작지만 선한 영향력을 확산시키자는 취지로 갓생 한끼 행사를 추진했고, 정 회장이 흔쾌히 이 취지에 공감해 참석을 약속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행사를 계기로 4대 그룹의 전경련 복귀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경련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과 일본 방문에서 경제 사절단 구성을 주도하기도 했다. 당시 경제사절단에는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 구광모 회장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가 모두 참석했다.
이 과정에서 총수들은 함께 간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과 여러 차례 마주칠 기회가 있었고, 전경련 혁신 방향도 일정 부분 함께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행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4대 그룹의 재가입 여부 질문에 대해 “아무 소통이 없는 건 아니다”며 “전경련 개혁 방향에 대해 4대 그룹이 기본적인 것을 파악하고 있고, 전경련의 개혁, 그 자체에 대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 전경련은 뼈를 깎는 조직 개편도 진행 중이다. 산하 경제·기업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 통합하고 협회 명칭도 ‘한국경제인협회’로 바꿀 방침이다. 이와 함께 윤리경영위원회를 설치해 정경유착을 차단하는 근본 시스템을 갖추고, 대중과 소통을 강화하는 혁신도 지속한다.
전경련은 지난 2017년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수백명에 달하던 직원들을 3분의 1 수준까지 줄였다. 하지만 국가 경제 전반에 대한 각종 연구 활동은 놓지 않았다. 당장 이번주만 해도 ▲코스닥, 코스피 상장사의 한계기업 비중을 분석해 우리나라 상장사 5곳 중 1곳은 버는 돈으로 이자 갚기도 어려운 한계기업임을 발표하고 ▲올해 MSCI 선진시장 지위 승격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에 한국을 등재해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MSCI 회장에게 보냈다.
전경련이 한경연과 통합하는 대목도 4대 그룹 복귀에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4대 그룹은 전경련은 탈퇴했지만 여전히 한경연의 회원사다. 이에 따라 전경련이 한경연과 통합하면 자연스럽게 4대 그룹이 전경련에 재가입할 명분을 마련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진단도 들린다.
전경련이 4대 그룹 총수들과 접점을 늘리는 점도 주목된다. 정 회장은 전경련 점심 행사에 1호로 참여하고, 이재용 회장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김 대행과 이야기를 주고 받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러나 정작 4대 그룹은 전경련 재가입에 아직 신중한 모습이다. 4대 그룹 한 관계자는 “과거 전경련의 그림자가 남아있는 한 재가입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전경련의 이미지 쇄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그룹 관계자는 “그룹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재가입 명분과 계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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