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에너지법 통과에 논의 본격화
송-배전 비용 고려한 요금책정 가능
발전소 집중 지역서 도입 요구 커져… 전력 수요 많은 수도권 등 반발 예상
전문가 “납득 가능 요금기준 마련을”
지역마다 전기요금을 다르게 책정할 수 있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차등 요금제 시행 근거를 담은 분산에너지 특별법이 25일 국회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만약 특별법 취지대로 전기사업법이 개정되면 전기를 많이 쓰는 수도권 전기요금은 오르고, 원전 등이 있는 지역의 전기요금은 내릴 수 있다.
분산에너지란 에너지 사용 지역 인근에서 생산·소비되는 에너지를 말한다. 분산에너지법은 현재의 중앙집중형 전력시스템을 전력 수요 중심의 지역·단위별로 구축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분산에너지법이 제정된 건 과도한 전력 수송비용과 더불어 지역 민원에 대한 문제 제기가 그동안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만든 전력을 수도권으로 안정적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송·배전 비용과 더불어 송전탑 건설에 따른 주민 수용성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한전에 따르면 2036년까지 송전망 구축 비용만 56조5000억 원에 이른다. 이 비용마저 송변전 계획을 새로 수립할 때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고려되고 있는 게 지역별 차등 요금제다. 분산에너지법은 전기 판매사업자가 송·배전 비용 등을 고려해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서울의 전력자급률(전력생산량을 소비량으로 나눈 것)은 11.3%에 불과한 반면 인천, 충남, 부산 등의 자급률은 191.5∼243.0%에 이른다. 전력 생산과 소비의 지역 간 편차가 매우 큰 것이다.
이에 따라 발전소가 집중된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별 차등 요금제 도입 요구가 줄곧 있었다. 경북도는 지난해 7월 ‘지방시대 주도 준비위원회’에서 지방자치단체별 차등 요금제 제도를 건의했다. 지자체 전기요금이 수도권보다 낮아지면 기업 유치에 유리한 만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외 일부 국가에서도 지역별 차등 요금제가 도입돼 시행되고 있다. 영국, 아일랜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이 지역별 차등 요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분산에너지 특별법이 통과됐어도 당장 차등 요금제가 시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지역별로 요금을 차등화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아직 없고 공공성이 높은 전기 요금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할 경우 전력 수요가 높은 수도권 등에서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안재균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전이 2000년 전후 지역별 차등 요금제에 대한 가격 측정 기준을 마련했지만 기준이 모호하고 책정 근거가 빈약해 지금까지 도입 움직임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지역별 차등 요금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납득 가능한 명확한 요금 책정 기준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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