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날]
지구의 열 90% 이상 흡수하는 바다
오늘 ‘바다의 날’ 맞아 새롭게 주목
해양수산부 “탈탄소로 경쟁력 강화”
최근 이상기후가 계속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바다는 산업혁명 이후 지구에서 인위적으로 증가한 열의 90% 이상을 흡수하는 등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해양 온난화로 바다 환경이 변화하고 갑작스러운 태풍이나 해일 등 이상기후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해수면 상승에 따른 바닷가 지역 침식 등 예기치 못한 피해도 나오고 있다.
31일은 ‘제28회 바다의 날’이다. 국민들에게 바다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해양수산인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바다의 날(매년 5월 31일)은 1996년 해양수산부가 출범하며 국가 기념일로 지정됐다. 해양수산부는 바다의 날을 맞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바다의 역할에 새롭게 주목하고,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탄소중립’ 해양수산업 경쟁력 제고 기회로
해수부는 우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인 탈탄소 흐름에 주목하고, 이를 국내 산업 성장의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해운 분야에서 탈탄소 국제 규제 강화 기조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국적선을 단계적으로 친환경 무탄소 선박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해수부의 로드맵상으로 2030년까지 전체 국적선 중 14%(118척)를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해 2040년에는 전체의 70%, 2050년에는 100%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2030년에는 유럽·미주 정기선의 60%를 우선 전환한 뒤 2040년과 2050년에는 노후선 교체 시기에 맞춰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전환 로드맵을 통해 저탄소·무탄소 선박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국내 우수 기술을 해상에서 실증과 성능 검증을 하는 기회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각 선사가 친환경 선박에 적기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금융·재정·세제 패키지를 지원할 계획이다. 금융 지원을 통해 친환경 선박 건조와 운송을 위한 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재정 지원을 통해 보조금 규모, 한도를 확대하는 한편 취·등록세 인하도 검토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부산과 미국 서부를 잇는 한미 무탄소 항로를 구축하는 것을 시작으로 글로벌 탈탄소 기술 협력과 항로 운영에 동참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30년 이후에는 한국형 무탄소 해운 항로를 본격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야드트랙터 같은 컨테이너 항만 하역 장비를 기존 경유에서 액화천연가스(LNG)로 바꾸고 배출 저감 장치를 부착하도록 하는 등 저탄소 방식으로 전환한다. 친환경 선박이나 항만 내 저속 운항 선박은 항만 시설 사용료를 할인하는 등 친환경 선박 운영 및 효율 관리에 친화적인 항만 이용 여건도 조성할 계획이다.
수산 분야에서는 하이브리드 방식이나 액화석유가스(LPG) 등 친환경 어선 기술을 개발해 2026년부터 연간 40척씩 보급할 전망이다. 또 양식장이나 가공 공장을 대상으로는 에너지 절감 장비를 보급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해산물 건조기를 히트펌프식으로 교체하면 연간 전력사용량을 75% 줄일 수 있다. 또 기후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고효율·저전력 양식장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양식 분야 기후변화 대응 전략’도 올해 말까지 수립한다.
‘탄소 흡수’ 역할에 주목… 에너지원 활용도
탄소를 흡수하는 바다의 역할에도 주목하고 있다. 우선 탄소 흡수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갯벌을 대상으로 갯벌 복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폐염전, 양식장 및 인공 시설물 등으로 훼손된 갯벌을 자연 갯벌로 복원하고 갯벌의 염생 식물 군락지를 복원해 탄소 흡수력을 증진하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1.5㎢였던 누적 복원 면적을 2030년까지 10㎢까지 늘리고 식생복원 면적도 2030년 누적 105㎢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바다숲도 연안 도서 등으로 조성 영역을 확대해 나간다. 해역별 특성에 맞는 잘피(바다에 사는 종자식물의 일종)와 해조류 대규모 군락 후보지를 탐색해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292㎢였던 바다숲 누적 조성 면적을 2030년 540㎢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블루카본(바다 등 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 후보군이 정부 간 협의체(IPCC) 온실가스 통계 지침에 신규 흡수원으로 추가되도록 하는 방안을 2026년까지 추진한다. 현재는 맹그로브와 잘피, 식생갯벌(염습지)만 블루카본으로 인정되고, 비식생 갯벌, 해조류, 패각, 해저 퇴적물 등이 후보군으로 올라 있다.
이를 위해 갯벌을 비롯한 블루카본 후보군의 국내 분포 현황을 조사하고 후보군별 실제 흡수량을 산정하고 통계 기반을 구축한다. 한국은 지난해부터 미국과 호주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국가 온실가스 통계에 블루카본을 반영하고 있다. 2020년 국내 염습지 약 31㎢ 기준 탄소 흡수량은 1만1000t에 이른다. 또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동해 가스전을 활용해 해양 환경 위해성 평가 및 기초 자료를 확보하고, 이산화탄소 해외 저장 활성화를 위해 해외 CCS 지원 방안도 마련한다.
파력발전과 해양 바이오 플랜트 등 바다를 이용한 에너지원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우선 현재 시범 생산 단계로 연간 118t 규모인 해양 바이오 수소 실증 플랜트를 고도화해 상용화 기반을 마련한다. 2025년에는 대량 생산 단계로 진행해 연간 300t, 상용화 단계인 2030년에는 1만 t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조류 발전 시범 단지를 구축하고, 방파제 연계형 파력발전도 확산시켜 나간다. 제주 용수리에 파력발전 실증 플랜트가 개발된 바 있고, 에너지자립섬 사업이 추진 중인 제주 추자도에는 140억 원을 들여 구축한 방파제 연계형 실증 플랜트가 있다. 항만 방파제를 활용하기 때문에 해상에 지어지는 파력 플랜트에 비해 입지 제약이 적고 실용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외에도 파력발전을 연계한 해양그린수소 생산 실증도 추진한다.
연안·항만 기후 재해 대응 체계 개선
당장 현실로 다가온 기후 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우선 해양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측, 예측해 해일이나 침수 범람 등 연안 재해를 조기에 경보하기 위한 ‘K-오션 워치(가칭)’를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현재 3시간 간격인 예측 주기를 30분으로 줄이고 시도 단위(300m)인 예보 범위를 읍면동 단위(10m)로 정밀도를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다. 예를 들어, 외해에서 전조 현상이 감지되면(30분 전) 복합 재해가 발생할지를 자동 분석해(20분 전) 정부 및 지자체 상황실에 통보하고(15분 전) 자동 대피 방송 등을 통해 주민에게 알려(10분 전) 대피할 수 있도록(5분 전) 하겠다는 것이다. 27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으로 현재 예비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또 항만의 설계 기준을 강화해 100년에 한 번 발생하는 대규모 폭풍해일에도 견딜 수 있도록 하는 ‘안전항만 구축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66개 항, 92개 소를 대상으로 방파제나 호안 등 재해 대비를 위한 외곽 시설을 보수·보강하고, 27개 항, 37개 소를 대상으로 방호벽을 설치하는 등 침수 피해 예상 지역을 정비한다. 또 동해는 파도가 높고, 서해는 조수간만의 차가 큰 한국 바다의 특성을 반영한 한국형 설계 기준을 2026년까지 개발한다.
여기에 기존 진행 중인 연안 정비 사업은 지속 추진하되 토지 매입을 통해 해안 침식의 완충 공간을 확보하는 ‘국민안심해안사업’도 병행한다. 현재 강원 강릉시 순긋∼사근진 지구, 전북 고창군 명사십리 지구에서 시범 사업이 추진 중이다.
여기에 기후위기 상황에 수산업 적응력을 높이고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사업도 추진한다. 이상 수온·적조 피해 등을 예방하기 위해 실시간 수온 관측망을 확대하고 산소공급기나 차광막 같은 양식장 대응 장비 지원을 강화한다.
한반도 인근 해역의 수산 자원 변동을 모니터링·예측하고, 높은 수온에도 강한 넙치나 전복, 전갱이 등 기후변화 대응 양식품종을 개발해 수산업계가 적응하도록 지원한다. 또 연어와 빨강불가사리 등 기후변화 지표종 23종을 지정해 모니터링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유해·교란 해양생물을 지정, 관리 체계도 개선한다.
또 기후변화 연구 역량도 강화한다. 우선 2100년까지의 한반도 인근 해양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2026년까지 생산할 계획이다. 또 극지 해빙과 한반도 해수면 높이의 관계를 분석하는 등 극지·대양 관측과 한반도 기후위기를 연계한 연구를 강화한다. 올해 1월 해수부 산하 극지연구소는 남극 난센 빙붕 860m 두께 얼음을 뚫고 빙하 아래 해저를 탐사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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