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00일 무료 관광비자 발급 가능
교통·숙박·쇼핑시설 잘 갖춰져 있어 여행 초보자도 쉽게 이용
부르즈 할리파·두바이 해변 등 볼거리 많아
4월 말 이른 여름휴가를 보낸 기자는 연차휴가의 일분일초도 허투루 소진하지 않으려 ‘레이오버(Layover)’에 도전했다. 레이오버는 직항이 아닌 비행 노선의 환승·경유지에서 24시간 미만 머무르는 것을 말한다. 레이오버 시 수화물은 자동으로 최종 목적지까지 보내진다. 수화물을 찾을 필요도 없으니 시간만 충분하다면 공항 밖으로 나가 짧게 도시를 둘러보기에 제격이다. 환승지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정했다. 핵심은 두 손 가볍게 동네 나들이하듯 둘러보는 것.
두바이는 아랍에미리트의 최대 도시로 화물과 여객 교통의 중심지다. 동서양의 중간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 덕에 국제항공선 환승지로 최적화돼 있다. 전 세계 대부분의 주요 공항으로 가는 직항 편이 있다. 국제공항협의회(ACI)가 공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두바이국제공항은 2018년 기준 연간 이용객 877만 명으로 전 세계 주요 국제공항 1202개 중 1위를 차지했다. 지하철, 숙박 시설, 쇼핑센터 등 기반시설 및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여행 초보도 레이오버로 들렀다 가기 좋다.
비자·백신·유심 걱정 NO! 몸만 가면 해결되는 두바이
기자는 두바이국제공항을 허브공항으로 둔 에미레이트 항공을 이용했다. 새벽 4시 25분 두바이에 도착해 다음 날 새벽 4시 15분 유럽 대륙으로 출발하는 항공편이다. 주어진 환승 시간은 23시간 50분. 일부 항공사는 환승 시간 등 요건을 충족할 경우 항공편 연결 서비스로 무료 호텔 투숙을 제공하지만, 기자의 항공권은 두 항공편 사이 경유 시간이 가장 짧은 항공권이 아니었기 때문에 연결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했다. 시간을 얻고 호텔을 포기한 셈이다. 하지만 호텔 찾기는 어렵지 않다. 공항 주변에 10만~15만 원대(2인 기준)의 환승·경유지 체류용 호텔이 많을 뿐 아니라 대부분 호텔-공항 간 24시간 셔틀버스를 제공한다.
레이오버로 공항 밖을 나설 계획이라면 당연히 두바이 입국심사를 거쳐야 한다. 비자니 백신접종증명서니 머리가 복잡해지겠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두바이는 대한민국 국적의 레이오버 관광객에게 백신접종증명서나 비자 등 별다른 서류를 요구하지 않는다. 한국인이라면 아랍에미리트 입국 시 여권을 제시할 때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00일간의 무료 관광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현지 연락을 위해 유심(USIM)을 걱정하는 여행객이 있을 수 있겠다. 환승 여행객을 위한 서비스가 우수한 두바이답게 입국심사를 마친 여행객에겐 24시간용 1GB 용량의 무료 5G 유심을 제공(2023년 4월 기준)한다.
따로 환전도 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에 등록된 애플페이와 한국에서 쓰던 비자카드를 이용해 결제했다. 해외 결제 수수료가 붙긴 했지만 큰 금액은 아니라서 23시간 동안은 부담스럽지 않았다.
햇살은 쨍쨍 신기술은 반짝, 사막 한복판에 첨단도시가!
입국도 했겠다, 숙소에 짐도 맡겼겠다, 이제 놀기만 하면 될 때 마침내 동이 텄다. 호텔에서는 주요 관광지로 가는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오전 9시 30분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다. 대신 두바이 콜택시 앱 ‘카림(Careem)’을 이용해 시내로 이동했다. 카카오택시나 우티와 유사하다. 시내까지 9km 거리를 10분 만에 이동하고 26.5디르함(약 9630원)이 나왔으니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다. 그렇게 오전 7시 ‘알 맘자르 비치 파크’에 도착했다.
햇빛 충전, 알 맘자르 비치 파크
알 맘자르 비치 파크에 도착하자마자 “여기가 중동이구나!” 실감했다. 오전 7시라는 시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벤치에 5분만 앉아 있어도 살갗이 빨갛게 데워지는 수준이었는데 그래도 배시시 웃음이 났다. 오랜만에 경험하는 사무실 밖 일광욕에 몸에서 비타민 D가 마구 합성되는 기분이랄까!
이른 아침 너른 백사장엔 해변을 즐기는 이들이 많았다. 가족 단위로 방문하거나 아침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다. 해변 공원엔 녹지도 많았다. 106만㎡ 규모의 공원엔 1600여 그루의 야자수, 300그루의 코코야자, 5만5000㎡ 이상의 잔디밭이 있다. 두바이 시민이 느끼는 ‘시원함’에 대한 기준은 잘 모르겠지만 날씨가 선선한 날엔 이곳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는 가족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한다. 두바이 관광청에 따르면 사전 예약 시 에어컨이 있는 오두막집도 빌릴 수 있다고.
해변가엔 작은 음식점이 여럿 있었다. 매장에선 ‘샤와르마’나 ‘사모사’ 같은 지역 음식을 판매한다. 샤와르마는 튀르키예의 케밥과 유사한 레반트 회전 구이 고기 요리이고, 사모사는 튀김만두가 떠오르는 인도·네팔 지역 튀김 음식이다. 아침부터 강행군에 배가 고팠기에 길가 벤치에 앉아 닭고기 샤와르마를 먹었다. 인도 음식점의 ‘탄두리치킨’ 향이 나는 게 맛도 모습도 어딘가 익숙했다.
압도적 존재감, 부르즈 할리파
다음 장소는 고층 빌딩 ‘부르즈 할리파’. 두바이를 방문한 첫 번째 이유라 할 수 있다. ‘얼마나 높으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됐을까?’ 하는 질문을 단번에 해결해준 실물이었다. 부르즈 할리파는 828m 높이를 자랑한다. 앞에 서면 그 웅장함과 뾰족함에 압도되는 기분이 든다. 500m를 넘어가는 지점부턴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건설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국뽕’도 느낄 수 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의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영화 속에서 배우 톰 크루즈(에단 헌트 역)가 대역이나 CG를 사용하지 않고 창문벽을 오르는 신이 명장면으로 꼽힌다.
부르즈 할리파 전망대를 두바이 이색 경험으로 추천한다. 초속 35m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125층에 오르면 ‘두바이 마리나’ ‘팜 주메이라’ 등 유명 랜드마크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부르즈 할리파 전망대 ‘앳더탑’ 입장권은 티켓 예매 전문 웹사이트 ‘클룩’에서 5만4000원(5월 16일 기준)에 판매되고 있다.
길 잃어도 좋아! 두바이 몰
부르즈 할리파 옆엔 세계 최대 쇼핑몰인 두바이 몰이 있다. 축구 경기장 200개를 합친 규모로 몰 안엔 1200개 이상의 매장, 대형 백화점 2곳, 수백 개의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다. 열심히 발을 움직였지만 복잡하고 생소한 구조에 자주 길을 잃어 모든 구역을 가진 못했다. 쇼핑 외에도 올림픽 경기장 규모의 ‘두바이 아이스링크’, 어린이를 위한 ‘플레이스 키자니아’ ‘두바이 아쿠아리움 & 언더워터 주’ 등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다.
두바이 몰 인기 포토 스폿은 실내 분수다. 멋진 조형물에 조명이 더해진 실내 분수는 지나가는 사람 눈길을 자연스레 끌 만큼 엄청난 오라를 뽐낸다. 기자에게 가장 인상적인 장소는 지하철역과 몰을 잇는 지상 통로다. 몰에서 15분 남짓 투명 원통 통로를 따라 걸으면 레드라인 25번 ‘부르즈 할리파/두바이 몰’역을 만날 수 있다. 투명한 통로에서 바라보는 두바이의 베이지색 풍경이 인상 깊을 뿐 아니라 혈관 속을 떠다니는 적혈구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현대 문명의 끝판왕을 느끼고 싶다면 뭐든지 큼직하고 반짝거리는 두바이 쇼핑몰이 딱이다.
어느덧 오후 5시가 지났다. 숙소로 돌아와 잠깐 눈을 붙이고 새벽 1시 다시 공항으로 향했다. 상대적으로 여행객이 많지 않고 공항 인력도 충분해 거의 5분 만에 모든 출국 수속이 마무리됐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눈을 붙이자 단 하루의 두바이 여행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환승·경유 항공권은 직항보다 저렴한 게 사실이다. 경비는 줄이고 추억은 더하고 싶은 이들에게 레이오버 여행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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