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첨단소재, 애니메이션·문화콘텐츠 등 인재 양성
순천시만의 표준 만들어 정주여건 확립
대학·시 협업으로 ‘생태+α’ 발전전략 구현
지역 균형 발전의 핵심은 대학과 교육, 과학이라는 인식하에 순천대와 전남 순천시가 협업을 통해 대한민국 생태 수도로 자리매김한 순천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전남 동부권의 대표 국립대인 순천대는 지산학(地産學) 연계를 바탕으로 국내 30위권 대학 진입을 노리고 있다. 지난달 17일 취임한 이병운 총장은 202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리에 개최하고 있는 노관규 순천시장을 23일 총장실에서 만나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총장에 취임한 지 보름 정도 됐다. 정부도 대학 주도의 지역 균형 발전을 추진하고 있고, 노 시장도 순천대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이병운 총장=학령인구 급감 등 대학을 둘러싼 격변기에 내부 혁신을 이루고, 지역의 장점을 지자체 등과 함께 부흥시키는 연계 방식이 필요하다. 글로컬 대학에 도전하는 목표 지향점이기도 하다. 순천은 순천만 국가정원, 순천만 갯벌 등이 있는 생태 관광 도시다. 또 우주발사체의 거점인 단조립장(한화에어로스페이스 투자)이 건설될 예정이다. 이차전지 산업 기반도 있는데 더 커질 것이다. 순천대는 농·생명 분야에 강점이 있다. 애니메이션학과는 국립대에서 제일 먼저 만들어졌다. 이들을 묶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것이다. 이차전지·항공우주, 생태문화 콘텐츠, 저탄소 스마트팜 등 3개 군이 중심인 특화 전략이다. 모든 학과를 ‘헤쳐 모여’ 식으로 재편해 3개 분야 35개 학과로 통폐합한다. 애니메이션 전공은 인문예술대 내의 피아노, 만화애니메이션, 영상디자인, 사진예술학과 등과 융복합해 대폭 증원할 생각이다.
▽노관규 시장=대학은 식량이 떨어져 고사하는 지경까지 왔다. 시대가 변해서 큰 파고가 있을 것에 대비해 시가 대학협력팀을 1월 1일 자로 독자적으로 만들어 준비하고 있었다. 시의 순천대에 대한 의지는 이미 약대 지원에서 확인됐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마찬가지로 중소도시도 서울 같은 대도시를 흉내 내서는 절대 생존할 수 없다. 고유한 개성을 시와 대학의 노력으로 유지하고 발전시키면서 지역 주민들의 행복지수와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이 총장은 취임사에서 지산학 거점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장=지산학 융합 모델은 지산학의 거버넌스를 구축해 전남을 비롯한 남해안의 지역 전략 산업, 첨단 산업의 기반, 인력 등이 선순환되도록 하는 중심축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목포대, 목포해양대, 도립대, 청암대 등 주변 대학과도 연합한다. 지자체 및 산업체의 유능한 분들을 교수로 채용하고 부총장으로도 선임하려 한다. 지자체, 산업체, 대학 간 인사 교류도 한다. 순천대가 지산학 플랫폼이 돼 28만 명의 순천시 인구가 30만 명 이상으로 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학생 정주 비율도 80% 이상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글로벌 지향 측면에서 외국인 유학생도 늘릴 건가. 순천 지역 산업 현장과도 연계할 방안이 있을 것 같다.
▽이 총장=400명 수준인 외국인 유학생 비중을 1000명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불법 체류 문제에 부딪힐 수 있는데 법안 통과 등을 통해 (입국, 유학) 조건이 완화되길 기대한다. 순천 지역 농촌, 중소기업 인력이 정말 많이 부족하다. 여기에 필요한 외국인 유학생 인력을 순천대에서 교육해 도움을 주겠다. 글로벌 교류 차원에서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등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분야 교육과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고, 필요하면 현지 캠퍼스를 만드는 것도 고려하겠다.
▽노 시장=스마트팜 사업이 농촌의 핫이슈다. 양질의 교육을 받은 사람 등 다양한 노동력이 필요하다. 동남아 유학생이 순천대에 올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팜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될 수 있기에 충분히 ‘유인’할 수 있다고 본다.
―시가 2026년까지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조성 예산을 확보하는 데 역할을 했다.
▽노 시장=정부와 300억 원 규모로 조율이 됐는데 순천이 애니메이션, 웹툰 등의 기획, 설계, 제작의 ‘메카’가 되려면 국비 등이 추가 투입돼야 한다.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하려는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순천대 관련 학과에서 자기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이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순천대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주도해 줘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들도 유치할 생각이다.
―순천 같은 중소도시는 어떤 발전 전략을 채택해야 하는가.
▽노 시장=앞에서도 말했듯 대도시를 흉내 내지 않는 것이다. 당장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하면서 도시 구조부터 차별화되고 있다. 국내 다른 도시들은 도로를 내려고 난리다. 인구가 줄어들면 나중에 그 도로를 누가 관리하나. 순천은 정원이 아파트 앞까지 들어와 있다. 프랑스 파리의 이달고 시장을 흉내 낼 수 없지만, 센강 변을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로 만드는 것은 벤치마킹할 수 있다. 우리 모습을 고려해 우리의 문화로 소화하고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이렇게 중소도시의 표준과 여건을 만들면 이 지역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일할 수 있는 산업도 들어온다.
―여기에 대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 총장=시의 전략에 대학도 발맞춰야 한다.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총장의 역할 변화다. 대학 총장도 기업 최고경영자(CEO)처럼 뛰어야 한다. 대학 정책 수립에 지역 전문가들이 참여하도록 하고, 실무형 융합 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리빌딩이 필요하다. 시대의 불확실성을 대비한 역량도 키워야 한다.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고 특히 인문학적인 소양 교육이 특화 분야와 시너지를 내도록 대학에 있는 벽을 허물겠다. 지역 주민들의 평생 역량 재교육에도 주도적으로 나설 것이다.
▽노 시장=시장이 잘한다고 해서 도시가 안 바뀐다. 도시 변화의 요건은 시민들의 눈높이, 즉 인문학적 소양과 지식, 철학적 높이에 달려 있다. 순천만에서 14년 전에 논바닥에 있는 전봇대 282개를 뽑았다. 시민들의 동의로 가능했다. 이번에는 도로를 막아서 정원을 만들었다. 시민들의 눈높이가 높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익숙해진 세상에서 미래를 보는 눈높이가 필요한데 이것은 평생 교육의 문제다. 중소도시의 경쟁력은 상상력이 필요하다. 갑자기 생길 수 없고 대학과 역할 분담을 잘해야 하는 문제다.
―일본 기타큐슈는 기타큐슈시와 기타큐슈시립대의 노력으로 중화학 공업 도시이자 친환경 생태 도시가 됐다. 일본의 지역 균형 발전 모델로도 손꼽힌다. 순천시와 순천대가 힘을 모은다면 ‘생태+α’ 발전 전략도 가능해 보인다.
▽이 총장=기타큐슈시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꿈꿀 수 있는 도시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교육 덕분이다. 교육으로 스펙트럼을 넓힌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도시의 살길을 찾아줬다. 순천시도 정원이 어우러진 친환경 도시를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가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의 성공을 이끌었고, 대한민국 대표 생태 도시 타이틀을 얻었다. 글로컬 대학의 취지가 대학 주도의 지역 균형 발전에 있다면 결국 대학과 지자체가 연계를 통해 지역의 미래를 제시해야 한다. 순천은 특히 스마트팜으로 대표되는 농업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생태 도시를 넘어 모두가 모방하고 싶은 세계 최고의 ‘생태+스마트’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노 시장=생태가 경제를 견인한다.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에 300만 명이 왔다. 이 중 50만 명이 이 지역에서 소비 활동을 했다고 보면 파급 효과를 알 수 있다. 관광은 지자체가 증명했으니 대학이 다른 지혜를 줘야 한다. 지역 융복합의 미래 방향을 정리해줄 수 있는 곳이 대학밖에 없다. 순천대가 생각하는 특화 전략까지 포함해 대학의 변화와 순천의 변화를 논의하고 싶다. 순천대와 계속 손을 잡아서 지역을 소멸시키지 않고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내고 싶다. 총장께서 새로 취임하셨으니 빨리 밥을 뜸 들여 함께 먹고 싶다.
이병운 총장 약력
△ 1967년생 △ 순천대 법학과 졸업, 원광대 법학과 박사 △ 순천대 법학전공 교수, 순천대 입학관리본부장 △ 현 순천대 제10대 총장
노관규 시장 약력
△ 1960년생 △ 제34회 사법시험 합격,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사 △ 새천년민주당 예산결산위원장, 5·6대 순천시장 △ 현 10대 순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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